‘보고서 삭제 지시’ 전 서울청 간부 징역 1년6개월…이태원 참사 경찰 책임 첫 인정

2024.02.14 21:49 입력 2024.02.14 21:50 수정

박성민 전 정보부장, 참사 직후 위험 분석 문서 인멸 혐의

법원 “사건 축소·은폐해”…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집유

‘보고서 삭제 지시’ 전 서울청 간부 징역 1년6개월…이태원 참사 경찰 책임 첫 인정

이태원 핼러윈 축제 인파 사고를 예측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사진)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경찰의 법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14일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부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과장의 지시로 보고서를 삭제한 곽영석 정보관은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재판부는 “초유의 피해가 벌어진 핼러윈 참사의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린 채 경찰이 책임을 축소하고 은폐했으므로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전 부장에 대해 “고위 간부 중 한 사람으로서 적극적으로 수사 및 감찰에 협조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사고의 원인 파악보다는 책임소재가 경찰로 향할 것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가 증거인멸의 우려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면서 법정 구속하지 않고 보석 결정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과장에 대해선 상급자인 박 전 부장의 지시를 어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직접적인 범행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양형에 유리한 점으로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곽 정보관에 대해서도 “지시를 어기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서 선고를 유예했다.

박 전 부장은 2022년 10월31일 이태원 참사를 예견한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부장은 보도된 보고서 외에도 사고 위험을 지적한 보고서가 3개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4차례에 걸쳐 삭제 지시를 내렸다. 박 전 부장의 지시를 받은 김 전 과장은 용산경찰서 정보관들에게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곽 정보관을 포함한 일선 정보관들이 지시를 이행해 이 문서들은 컴퓨터에서 삭제됐다.

재판에서 곽 정보관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으나,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정보보고서는 열람 후 파기가 원칙이며, 목적을 다해 파기 예정인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라고 했다. 또 해당 보고서는 증거 가치도 없고 수사기관이 복원해 증거인멸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사 이후 경찰 관계자에 대한 첫 실형 선고가 나오자 유가족들은 “환영할 만한 판결”이라면서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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