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당장 소환하라는 여당···공수처 “수사팀이 결정할 문제”

2024.03.19 17:18 입력 2024.03.19 18:42 수정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 박민규 선임기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 박민규 선임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9일 ‘채 상병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주호주대사) 소환조사 시기에 대해 “수사팀이 수사 진행 상황을 감안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호주에 나가 있는 이 전 장관을 당장 소환조사하라는 여권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공수처 정부과천청사에서 이 전 장관의 향후 조사 일정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수사팀이 제반 수사 진행 상황을 감안하면서 사건관계인 측과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당에서 이 전 장관을 당장 소환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선 “정치권 발언에 입장을 드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여당은 이 전 장관 출국 논란이 확산되자 수사 지연을 문제 삼으며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즉각 소환해야 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즉각 소환하고 이 대사(이 전 장관)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날 “만약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조사하라”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이 전 장관을 당장 소환조사하더라도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많다. 압수물을 분석한 뒤 하급자를 먼저 조사하고 의혹의 핵심에 있는 윗선을 조사하는 게 통상적인 수사 순서이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다.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윗선인 이 전 장관을 불러봤자 수사 정보만 노출될 뿐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일 이 전 장관에 대한 첫 조사가 4시간짜리 약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장관이 받는 직권남용 혐의는 ‘의무없는 일을 하게 된’ 하급자 진술부터 확보하고 상급자를 불러 따지는 게 통상적이다.

검사 출신으로 이같은 사정을 잘 아는 한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이 이 전 장관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하는 건 총선을 앞두고 수세를 모면하려는 정치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더구나 채 상병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윗선이라는 의혹의 당사자인 대통령실에 대한 조사 요구는 빠져 있어서 여권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장관을 당장 소환조사하라는 여당의 주장은 과거 보인 태도와도 대비된다. 야당 인사 사건을 두고 “조사를 재촉하지 말라”고 해왔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법무부 장관일 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수사받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자진출석 의사를 밝히자 “마음이 다급해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응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도 “소환조사는 수사의 한 방식으로 수사팀에서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필요한 시기에 소환하는 것”이라며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요구하거나 재촉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입국한 지 8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첫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 조사에 자진 출석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검·경의 소환조사는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이라며 “자신이 제1당 대표라 해서 소환 일정을 자기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이기적인 특권의식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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