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3不 폐지’ 해명불구 교육현장 ‘일파만파’

2008.12.01 17:57
이용균·오동근·김지환기자 noda@kyun

학부모 ‘충격’ 학생은 ‘혼란’ 사교육 ‘민감’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지난 30일 “3불정책 폐지”를 언급한 데 대해 일선 교육현장에서 혼란과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대교협은 뒤늦게 “2013년 쯤에는 대학들이 3불정책 폐지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3불정책 폐지를 공식 언급한 것만으로도 학교·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반응이 빠른 곳은 역시 사교육 현장. 대교협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ㅊ학원은 “4일 학원에서 입시대비 특강을 한다. 3불정책 폐지에 대비하는 입시 정보가 많이 나올 테니 꼭 참석해 달라”며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진보교육단체들은 대교협의 언급에 반발했다. 전교조 한만중 정책실장은 “결국은 대입자율화를 추진하면서 3불폐지로 가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라며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고교등급제에 따라 중학교 단계에서 입시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숙자 회장은 “교과부가 3불정책을 2010년까지 유지하고 이후에도 사회적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했는데 대교협이 1년도 안돼서 폐지를 얘기했다”며 “애초에 대학입시 업무를 대교협으로 넘기면 안됐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명 입시강사였던 이범 곰티비 교육총괄 이사도 “본고사 자체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벗어나는 것”이라며 “3불 폐지 주장은 사교육비 지출로 고통받는 학부모들을 고려치 않은 극도의 대학 이기주의”라고 말했다.

교원평가제에 찬성하는 학부모단체 ‘학사모’도 3불정책 폐지에는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최미숙 상임대표는 “대교협이 이런 식으로 3불정책 폐지를 흘릴 만한 처지가 안된다”며 “대학들이 전형료 장사나 하는 등 입시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학생, 학부모와 몇 년간의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도 “전체적인 대학입시 자율화의 큰 그림에는 찬성하지만 3불정책 폐지는 고교·대학간 협의체 등을 통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입시 당사자인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했다. 서초고 김모군(1학년)은 “3불정책에 찬성하는데, 입시 정책이 자꾸 바뀌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대교협의 3불정책 폐지 언급은 서울보다 지방 고교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경기 북부의 한 고등학교 김모 교사(27)는 “농어촌 시골 지역 학교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라며 “결국 학생들은 도시로 몰리게 되고 남은 학생들은 더 소외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사는 “얼마 전 수능 비중을 높이고 학생부는 별로 안본다는 내용만으로도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이제는 ‘이명박 정부가, 공정택 교육감이 다 그렇지’라며 포기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용균·오동근·김지환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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