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학 취업률 평가의 그늘

2011.11.01 21:39
신정완 | 성공회대 교수

요즘 대학마다 각종 대학 평가 준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년에 들어 교과부, 대교협, 각종 신문사들이 다양한 기준으로 대학 평가를 하고, 평가결과의 상당수가 공표되었다. 특히 교과부의 평가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과 연계되기 때문에 대학들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금년에는 교과부의 평가 결과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들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하고 공표하여, 해당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교과부의 대학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가 등록률과 취업률이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속하게 될 경우, 본래 얼마 되지 않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보다는 ‘부실대학’ 또는 ‘문제대학’으로 인식되어 신입생 유치에 곤란을 겪게 된다는 것이 한결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대학의 위기와 대안](2) 대학 취업률 평가의 그늘

얼핏 보면 취업률을 대학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는 것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어 보일 수 있다. 최소 4년의 시간과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대학을 나왔는데 취업이 안 된다면 본인과 가족에게는 큰 고통이고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업률을 핵심 지표로 삼아 전국의 대학들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크게 잘못된 정책이라 판단된다.

첫째, 이러한 정책 조치에 숨어 있는 핵심 가정은 취업률이 낮은 대학일수록 교육의 질이 부실하고, 학과 구성 및 교과과정 편제가 사회의 수요와 크게 괴리되어 있으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대졸자 취업난의 핵심 요인이 대학 교육의 부실성과 부적절성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대졸자 취업난의 가장 큰 요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아웃소싱,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을 통해 국내 직접고용의 규모를 크게 줄여왔다. 또 주로 사회복지 부문의 취약성으로 인해 공공부문 일자리 수는 국제적으로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왔다. 따라서 대졸자 취업난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대졸자나 대학 등 노동공급 사이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 등 노동수요 사이드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대졸자 인력 수요 총량에 비해 대졸자 공급이 과잉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는 한국 사회의 온갖 구조적, 문화적 문제들이 농축, 결합된 복합적 현상이어서 책임 주체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의 대학평가 정책은 책임을 대학에만 전가하고 있어, 마녀 사냥 식, 희생양 찾기 식 정책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작년에 비해 금년에 대졸자 취업률이 상당히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정 부분 취업률 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일부 대학들이 편법적 조치를 취한 데 기인한다. 예컨대 취업률 조사기간에 안면 있는 기업들에 졸업생을 단기 인턴사원으로 취업시켜달라고 부탁하고 인건비를 대학이 기업에 지불한다든지, 대학 내의 기관들에 대학평가 대비용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자기 대학 졸업생을 취업시킨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취업률을 조작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비도덕적이고 비교육적인 일인데, 궁지에 몰린 대학들은 이런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압박을 받고 있다.

셋째, 획일적인 평가기준 적용은 불공정한 것이다. 학벌사회에서는 상위권 대학의 졸업생들이 취업이 잘 되기 마련이다. 이는 교과과정의 내용이나 교육의 질과 별로 관계 없는 문제다. 따라서 취업률 중심의 대학 평가는 기존의 학벌 위계를 고착, 강화하는 효과를 낳기 마련이다. 또 대학이 속한 지역의 일자리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 지방대학의 경우 해당 지역의 기업들이 주된 일자리 공급처일 텐데, 예컨대 강원도 지역에는 대졸자가 취업할 만한 일자리가 얼마나 있겠는가?

대졸자 취업난을 해결하는 일에 대학이 맡아야 할 몫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마녀 사냥 식 졸속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호도함으로써, 제대로 된 해결책 마련을 오히려 지연시키는 역효과만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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