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상한 행동은 엄마 때문일 수도

2013.02.04 20:35
신철희 | 신철희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28개월 된 동규는 뭘 시켜도 안 하려고 해 엄마가 애를 먹는다. 변기 사용도, 옷 갈아입는 것도, 양치질이나 머리감기도 안 하려고 한다. 목욕한 후에는 옷을 안 입으려고 해 구슬리다 그냥 놔두어 보니 아무리 추워도 40여분을 참고 견딘다. 이 밖에도 밤에 자다 자주 깨고, 밖에만 나가면 엄마에게 계속 안아달라고 하고, 계속 엄마 젖을 만지면서 자려고 하는 등 매우 키우기 힘든 아이다.

동규 엄마는 원래 우울증도 있고 매우 불안해하는 사람이라 동규가 태어났을 때도 육아가 별로 즐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가 수월하게 따라오지 않으니 달래다가도 화를 내고 강제로 시키는 일이 많았다. 최근 10개월 정도는 2, 3주에 한 번꼴로 20~30분씩 아이에게 심하게 화를 내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엄마가 잘해 주다가도 이렇게 화를 내니 동규는 엄마가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그러니 엄마와의 애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엄마가 강제로 버릇들이기를 하려고 하면 동규도 불필요한 고집으로 엄마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상담을 받으면서 엄마가 화를 거의 안 내고 동규와 놀아주기를 하면서 이런 증상들이 차츰 완화되어 가고 있다.

[아이 마음 읽기]아이의 이상한 행동은 엄마 때문일 수도

7살 한별이는 요즘 부쩍 밤에 잘 때 무섭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도둑이 들어올까 무섭다, 무서운 꿈을 꿀까봐 무섭다 등의 얘기다. 어릴 때도 그러긴 했지만 요즘 더욱 심해졌다. 한별이 엄마는 급한 성질인데, 한별이의 행동이 느려 아이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곤 한다. 원래도 생리 때는 화를 더 내는 편인데 최근에는 남편과의 사이가 안 좋아 화를 더 자주 냈다. 한별이의 무서움은 결국 엄마가 무서운 모습을 보이기에 두려운 감정을 갖고 있다가 잠자기 전의 두려움이나 악몽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아이가 갑자기 안 하던 행동이나 버릇을 하면 아이를 나무랄 게 아니라 생활 속에 무슨 변화가 생긴 것일까 살펴봐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 특히 엄마의 영향력을 고스란히 느끼고 받게 된다. 엄마의 평상시 감정 표현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상태가 안 좋다면 아이는 이를 그대로 느낀다. 엄마가 지속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해 하고 화를 내고 불안해서 잔소리하는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나도 힘들다’는 것을 증상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이를 빨리 알아차리고 부모의 태도를 수정하면 아이의 증상은 저절로 사라진다. 아이에게 화내지 않고, 관심을 보여주고 즐겁게 놀아주면서 환경이 밝아지면 아이의 상태는 나아진다.

엄마의 성격이나 환경으로 인해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내고, 참았다 폭발하듯 화를 내는 게 어릴 때부터 반복되면 아이의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40대 후반의 유능한 금융계 전문가인 경주 아빠는 외형으로는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서 인정받은 성공한 인생이다. 그러나 경주 아빠는 회의할 때 자신의 주장을 말하려 하면 무엇인가가 잡아당기는 것처럼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겉으로는 잘나가고 있지만 늘 자신감이 없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한다고 한다. 경주 아빠는 어린 시절 기질이 순하고 부모의 말에 어긋난 적 없는 착한 아들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경주 아빠는 엄마에게 좋았던 기억이 없다. 어릴 때를 되돌아보면 늘 엄마에게 혼났던 기억뿐이다. 6살 때 엄마에게 시계 보는 법을 회초리로 맞으면서 배웠던 기억, 잘못하면 늘 형제들이 다같이 혼났던 기억이 난다. 경주 아빠가 자신감이 없는 뿌리는 엄마와의 유대감 없이, 무섭게 혼난 성장사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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