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게, 일제고사 학력 미달 줄여다오” 학교마다 토요 강제수업

2013.06.12 22:15 입력 2013.06.12 23:33 수정

25일 학업성취도평가 앞두고 전국 ‘비교육적 파행’ 여전

충북 ㄱ고는 오는 25일 치르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앞두고 ‘과목별 미도달’ 학생이 나오지 않는 반에 90만원씩 주기로 했다. 지난달 마지막 주에 자체 모의고사를 3차례 치렀고, 미도달 가능성 있는 2학년 학생들은 교감과 학년부장이 개별 면담을 하고 있다.

충북 ㄴ고에서도 2학년 중 미도달이 예상되는 학생들은 노는 토요일에도 등교시켜 국·영·수 강제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교감은 학생들에게 “작년보다 미달을 줄여야 한다”며 “성적이 좋으면 에버랜드 같은 곳으로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2개 중학교가 일제고사 성적이 높은 반에 상품권을 주겠다고 내걸었고, 상당수 학교가 밤 9시까지 특별수업을 하는 ‘일제고사 2주 작전’에 돌입했다.

오는 25일 중3과 고2 학생들이 치르는 일제고사를 앞두고 비교육적인 파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성적부진 학생들에게 야간학습이나 주말 등교를 강제하고 금품이나 여행 포상을 내거는 학교도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초등학교는 제외하고 중·고교에서만 일제고사를 실시키로 축소했지만, 부작용과 혼선은 새 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교육청·학교 평가 활용에 기초학력 향상 취지 퇴색
정부, 꿈·끼 키우겠다면서 퇴행적인 문제풀이 계속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학)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1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를 앞두고 벌어지는 파행 사례를 공개했다.

경북 ㄷ중학교에선 밤 9시까지 모든 학생에게 강제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 지역교육지원청에서는 아예 최근 몇 년간의 진단평가·일제고사 순위를 각 학교에 제시하며 성적 향상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ㄷ중 교사는 “6월 초에 지역교육지원청 관계자가 ‘컨설팅’ 명목으로 한 중학교를 찾아 방과후수업과 야간수업 연장, 토요일·일요일 수업 개설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충북의 한 지역교육지원청은 아예 관내 모든 중학교가 함께 모의고사를 치르며 일제고사를 대비하고 있다.

박범이 참학 회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일제고사 관련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공부 못하면 민폐 끼치는 ‘루저’라고 공공연히 부르고 있어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상담 사례 중에는 일제고사를 보는 중3 학생 전원에게 급식도 없는 토요일 등교를 강요해 인근 식당·편의점에서 저녁을 때운다는 사연, 체육 시간에 국어와 수학 문제풀이를 시킨다는 사연 등도 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문제가 많아 없어졌다”며 “중·고교도 부작용 얘기가 계속되는데 새 정부에서 왜 시험을 계속 치르는지 답답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회견에서 “일제고사가 시·도교육청 및 학교 평가에 활용되면서 성적부진 학생을 위한 기초학력 향상이라는 종합적 취지와 고민은 사라지고 있다”면서 “단기적인 성적 향상책들만 난무하며 비교육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교조는 “시·도교육청의 파행을 묵인하거나 사실상 조장하고 있는 정부가 파행의 주범”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꿈과 끼를 키우겠다면서 퇴행적인 문제풀이 수업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은 오는 18일까지 파행 사례 시정과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고, 교육부가 불응하면 20일부터 시험 당일까지 교육부 앞에서 144시간 철야농성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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