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계 반발에 '선택과목' 들어간 기하와 과학2

2018.08.17 10:50 입력 2018.08.17 13:46 수정

수학·과학계 반발에 '선택과목' 들어간 기하와 과학2

‘넣느냐 마느냐.’ 2022학년도 수능과목에 ‘기하’와 ‘과학Ⅱ’(물리Ⅱ·화학Ⅱ·생물Ⅱ·지구과학Ⅱ)를 포함하는 문제는 정시 비율을 얼마로 정하느냐만큼 큰 관심사였다. 기초학문을 등한시한다는 수학·과학계의 거센 반발에 밀린 교육부는 결국 두 과목을 수능에 포함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교육부는 지난 6월 2022학년도 수능 과목 시안을 공개하면서 기하와 과학Ⅱ를 제외하겠다고 했다. 현재 기하는 이과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가)형에 포함돼 있고, 과학Ⅱ는 과학탐구 선택과목이다. 두 과목을 수능에서 제외하기로 한 건 수학·과학 분야 학습량을 줄여주기 위해서였다. “수능 문제풀이가 아닌 진정한 수학·과학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현장 교사들의 요구도 한몫했다. 교육부는 기하와 과학Ⅱ를 주로 고3 때 배우는 심화과목(진로선택과목)으로 남겨 학생이 원하면 공부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수학관련단체총연합회 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공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필수 기초 소양조차 학습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며 거세게 반발했다. 반면 교원·교육단체들은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에 넣지 않아도 고등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다는 점, 진로선택과목을 수능에 포함하면 2015개정교육과정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들었다. 결국 교육부는 학계의 손을 들어줬다.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해 수능과목으로 남겼다고 했다. 선택과목이므로 학생들 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홍임 경기 대화고 교사는 “교육부는 선택과목이라 괜찮다고 하지만, 대학이 이들 과목을 선택해야만 입학할 수 있다고 하면 고등학교에선 가르치지 않을 수 없다. 이과학생들에게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기하는 주로 3학년 때 편성돼 있으나 1, 2학년 때 진도를 끝내고 3학년 진로선택과목 시간에 수능 문제풀이를 하는 학교들이 적지 않다. 김 교사는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계속될 수 있고, 개정된 교육과정에 맞춰 심화학습을 하는 게 아니라 진도 나가기에 급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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