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대로 괜찮나(하)

한계 다다른 수능…국민 공감할 새 대입제도 고민해야

2021.12.29 20:54 입력 2021.12.29 22:31 수정

지난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교학점제 2025년 시행 땐
과목 제각각, 수능 양립 난망

교육부 이미 체계 변경 예고
‘자격고사’ ‘수능Ⅰ·Ⅱ’ 검토

“대안 찾는 공론화 서둘러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오류 논란으로 정부가 급히 개선책 마련에 돌입했다. 출제부터 이의제기 검증과정까지 시스템 전반을 살펴보고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설명이지만, 현장에서는 수능의 미래를 둘러싼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이 던져지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만으로는 우수한 성적을 담보할 수 없는 수능의 일탈부터 고교 교육과정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고교학점제까지, 작게는 수능, 크게는 대입제도 전반을 두고 대안을 찾는 공론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년 수능체제 한계론 이유는

[수능, 이대로 괜찮나(하)]한계 다다른 수능…국민 공감할 새 대입제도 고민해야

당초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서 쟁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한 정답에 문제가 없느냐였다. 법원은 ‘조건이 불완전해 정답을 찾을 수 없다’는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태는 해당 문제가 고등학생이 풀 수 있는 문제 수준으로 적정한지를 묻는 의문으로까지로 번졌다. 높은 문제 수준에 국내외 석학조차 혀를 내둘렀지만, 정작 이 문항의 정답률은 25%나 됐다. 생명과학Ⅱ에 응시한 수험생 6515명 가운데 1600여명은 정답을 찾았다는 설명으로, 정답률이 5%를 밑도는 악명 높은 ‘킬러 문항’ 축에도 들지 못한다. 수능 문항 출제가 정규 교육과정 범위 밖에서 출제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자는 움직임이 제기되는 배경으로, 수능 창시자로 알려진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 수능을 두고 “폐지돼야 하는 시험”이라는 평가까지 내놨다.

여기에 오는 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현행 수능 체제를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는 더 큰 이유로 평가된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처럼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 제도로, 국·영·수 공통과목 중심이 아닌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에 다양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문제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선택과 진로를 중요시하는 다양성이 정책의 기본 취지기 때문에 전국 단위 공통 지필고사와 태생적으로 결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례로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고교학점제를 앞서 실시하고 있는 전남 화순의 능주고등학교의 경우 문·이과로 구분했던 예전에는 교과목이 48개였지만 올해엔 71개 교과목이 편성됐다.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해 ‘심리학’ ‘영미 문학 읽기’ ‘과학사’ ‘국제법’ 같은 과목들이 생겼는데 이런 과목들을 모두 수능 평가에 사용할 수는 없다. 올해까지 939개 일반계 고등학교가 능주고처럼 연구·선도 학교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전체 고등학교의 55.9%에 달한다. 고교 교육현장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영·수·과탐 중심의 수능이 대입 선발 전형으로 효력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한 셈이다.

■절대평가…관건은 국민 공감

[수능, 이대로 괜찮나(하)]한계 다다른 수능…국민 공감할 새 대입제도 고민해야

정부도 수능, 더 나아가 대입제도의 본질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월 고교학점제 시행 등을 담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대입제도도 바뀐 평가방식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체제 변경을 예고한 상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대입제도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데, 정부는 2023년 상반기 대입 개편 시안을 마련, 2024년 2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확정 발표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고교학점제 체제에서는 현행 상대평가 중심의 수능을 절대평가나 자격고사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달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유형별 주요 의제 분석’ 대학입학전형제도 편에서 3가지 개편 방안을 제시했는데, 모든 방안에서 수능을 절대평가 또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조합으로 전환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했다.

필수과목과 일반선택과목을 수능 시험과목으로 정한 뒤 절대평가 형태로 학력을 점검하거나, 필수과목으로 구성된 절대평가인 수능Ⅰ을 모든 수험생에 치르게 하고, 정시 전형을 치러야 하는 학생들만 별도의 논·서술형 수능Ⅱ를 치르게 하는 방안도 있었다. 아예 수능을 통과·탈락 여부만 가리는 졸업자격시험으로 바꾸고, 대학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전형을 통해 수험생을 뽑도록 하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입시제도의 지향점부터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당장 여론조사만 봐도 수능 점수 순서대로 뽑는 ‘정시전형이 가장 공정하다’는 여론이 꾸준히 과반 으로 확인된다. 이를 극복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전형방식을 제공할 수 있는지’ ‘대안은 무엇인지’ ‘결과물을 중시할지’ ‘출발선 차이에 따른 보완에 중점을 둘지’까지도 다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도순 교수는 “정권 바뀔 때마다 제도를 고쳐봤지만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다”면서 “제도를 만들기 전에 우리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를 먼저 숙의하고 답을 찾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