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무전공 확대’ 교육부 방침 논란 가열···교수단체들 “학문생태계 위협”

2024.01.23 15:33

‘대학 무전공 확대’ 교육부 방침 논란 가열···교수단체들 “학문생태계 위협”

교육부가 올해 대학입시부터 ‘무전공제’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학생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고 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취지라지만, 현실적으로 인기학과 쏠림 등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지원과 연계해 무전공제(무학과제)를 밀어붙인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7개 교수단체가 모여 결성한 전국교수연대회의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무학과제를 밀어붙이는 행태를 당장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무학과제를 학생에게 전공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무학과제는 고등교육 전반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학문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 실시되는 2025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수도권 대학은 모집정원의 20%, 국립대는 25%를 전공 구분 없이 모집하는 대학에 한해 대학혁신지원사업·국립대학육성사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직된 학사구조를 깨 첨단 산업분야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고, 학생들이 충분히 진로를 탐색한 뒤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공 간 벽은 교수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며 “전공간 벽을 허무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줘 정원이 1000명이면 300명 정도는 입학 후 원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대학혁신지원사업 총사업비는 8852억원, 국립대학육성사업비는 5722억원이다. 재정지원과 연계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교육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교수연대는 “학생들은 인기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대학은 시류에 편승해 특정 전공에 편중된 시스템으로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인기전공이 자주 변한다면 대학은 장기적 교육·연구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또 “우수한 학생들은 정말 공부하고 싶은 전공보다는 인기 전공의 졸업장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무학과제를 활용하게 되고, 나머지 대다수는 어려운 교과목보다는 듣기 쉬운 교과목을 이것저것 듣고 전문성 없이 졸업할 수 있다”며 “소위 ‘비인기 학문’ 교과목은 개설이 안 돼 오히려 학생 선택권을 좁힐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비슷한 정책이 실패했던 전례도 있다.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학이 학과가 아닌 학부·계열별로 학생을 모집하도록 하는 학부제를 도입했지만 취업에 유리한 학과에만 학생이 몰리는 등의 부작용이 심해지자 2008년 학부제를 폐지했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후 일부 대학들이 남는 법학과 정원을 활용해 자율전공학부를 신설했지만 경영학과 등으로만 학생이 쏠리는 비슷한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교수연대는 “과거 무학과제 실험 중 실패한 사례가 많고 다른 선진국을 봐도 대규모로 무학과제도를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연대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대학을 시장이 원하는 대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의도가 핵심”이라며 “교육부가 원하는 방향의 구조조정이 진행된 후에는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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