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투자개방형 ‘산얼병원’ 제주도 설립 무산

2014.09.15 21:57 입력 2014.09.16 02:12 수정

정부, 성과 올리기 급급… 모기업 재정난 등 알면서 무리한 추진, 책임 공방 이어질 듯

정부가 지난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의료서비스 분야 육성 방안으로 앞세웠던 ‘국내 첫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유치’가 투자자 자격미달 논란 끝에 결국 무산됐다. 정부가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해 의료영리화 시비를 일으킨 외국병원 설립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좌초된 것이어서 책임 공방도 이어질 조짐이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외교부 현지 공관의 조사 결과와 사업자가 제주도에 제출한 보완자료 등을 검토한 결과 제주도에서 요청한 중국계 산얼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얼병원 설립 주체인 CSC주식회사가 지난해 2월 제주도에 병원 설립을 신청한 지 1년7개월 만에 최종 불허 결정이 나온 것이다.

복지부는 불허 결정을 내린 이유로 투자자 부적격과 응급의료체계 미비, 줄기세포시술 우려 등 3가지를 지적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CSC의 모기업인 톈진화업그룹은 대표가 구속됐고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했다. 또 산하 회사 2곳은 주소지 확인 결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CSC는 제주도에 제출한 보완자료에서 모기업의 재정난을 인정했고 투자의 실행가능성에 대한 추가자료를 내지 않았다.

산얼병원은 응급의료체계도 갖추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제주의 한 병원이 산얼병원과 응급의료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이 병원은 지난 5일 MOU 해지를 통보했다. 산얼병원이 사업계획서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삭제했지만 실제로 이 약속을 지킬 것인지 관리·감독할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산얼병원은 당초 사업계획서에서 제주도에 505억원을 직접투자해 48병상 규모의 성형·미용 전문병원을 열고 줄기세포시술 등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산얼병원의 설립 불허는 지난해 8월 진영 당시 복지부 장관이 이번과 똑같이 응급의료체계 미비, 줄기세포시술 우려 등 사유로 승인을 보류했을 때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히 복지부는 CSC 모기업 대표의 비위 행위 등이 중국 언론에 보도된 사실을 지난해 10월 인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달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 ‘제주도 제1호 외국병원 설립’을 안건으로 올리고 산얼병원 승인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승인 가능성이 불투명한 산얼병원 설립 문제를 안건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의료팀장은 “산얼병원 논란은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복지부가 따라가면서 벌어진 문제”라며 “정부는 투자자 적격성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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