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경유서 천연가스로…4대강 되살리고 ‘가습기’ 재조사

2017.05.16 22:28 입력 2017.05.18 15: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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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쟁자이던 홍준표·안철수 후보보다 강력한 환경공약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그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은 대선기간 운영된 정책소개 사이트인 ‘문재인 1번가’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 수를 기록한 ‘베스트 상품’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 환경공약의 핵심은 ‘환경권’ 강화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으로 축약된다.

■ 환경·안전·건강 중시 에너지 정책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는 임모씨(58) 마을에선 늘 석탄화력발전소의 굴뚝이 보인다. “가물다가 비 내리는 날”이면 배추는 새까매지고 고인 물에도 검은 가루가 떠다녔다. 발전소에 쌓아둔 석탄에 돔을 씌우지 않아 석탄가루가 공기 중에 떠다닌 탓이다. 6년 전엔 발전소 저탄장의 석탄에 불이 붙었고 발전소는 3개월간 이 불을 끄지 못했다. 이때 나온 연기를 주민들은 그대로 들이마셔야 했다. 임씨는 “석탄발전소 초미세먼지가 수도권까지 날아가니까 이제서야 관심들을 가진다”면서 “그동안 시골사람 죽는 건 관심도 없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10기의 석탄발전기가 돌아가는 이 지역엔 SK의 당진에코파워 석탄발전소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그간 고통을 호소해온 주민들은 허탈감에 휩싸인 상태다.

그러나 임씨는 최근 약간의 희망을 갖게 됐다. 문 대통령이 대선기간 당진에코파워를 비롯한 공정률 10% 미만 석탄발전소의 ‘원점 재검토’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후보 때 이곳에 와서 현황도 파악하고 갔다”면서 “그를 믿는다”고 했다.

환경·건강은 뒷전이었던 비용 중심의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이 대선기간 발표한 미세먼지 정책공약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핵심 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석탄발전소는 전국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의 14%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대기오염물질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업장 1~5위가 모두 석탄발전소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석탄발전을 축소하고 그 대신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대기오염물질이 훨씬 덜 나오는 액화천연가스(LNG)발전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문 대통령 측은 석탄발전 축소와 더불어 2030년까지의 개인 경유차 퇴출, 사업장 관리 강화 등으로 ‘국내 초미세·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이 임기 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미 일부 공약은 이행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15일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3호’는 노후 석탄발전소의 봄철 ‘일시 가동중지’(셧다운)였다.

문제는 앞으로의 여정이다.

일단 ‘원점 재검토’ 공약 대상인 ‘공정률 10% 미만 석탄발전소’ 사업자들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이들 발전소 가운데 신서천 1호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민간사업자다. 민간발전사들은 그간의 투자 비용을 들어 정부가 폐지 결정을 할 경우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9기의 석탄발전소 검토 결론과 관계없이 문재인 정부에서 ‘석탄발전 축소’ 기조는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공급 가운데 석탄발전 비중(올 1월·42.7%)을 얼마큼 줄일지, LNG발전 비중은 얼마큼 늘릴지 등은 올해 발표될 ‘8차 전력수급계획’과 미세먼지 정책 로드맵 등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2030년까지의 개인용 경유차 폐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미세먼지 공약을 총괄한 김기식 전 의원은 “개인 경유차 퇴출은 친환경차 보조금을 많이 줘서 자발적 전환을 유도하는 방향과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통해 경유차의 메리트를 줄여가는 방향이 있다”면서 “다만 에너지 가격 조정은 종합적·장기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전환율 확대, 대형 화물경유차 저감장치 정부 지원 공약은 조기에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원전정책을 재검토해 ‘40년 후 원전 제로’를 약속하기도 했다. 공약대로라면 설계상 수명이 다했는데도 재가동 중인 월성 1호기는 폐로된다. 울산 신고리 5·6호기 건설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 4대강·가습기 살균제 재조사는 어떻게

4대강 복원은 문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가졌던 공약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수문은 상시 개방하고 보 철거는 민관 조사위원회를 꾸려 검토하기로 했다. 캠프의 환경에너지팀장이었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16개 보를 한꺼번에 다 부수면(철거하면) 오히려 생태계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천천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4대강 사업 비리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전면 재조사를 공약집에는 담지 않았지만 대선기간 환경운동연합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약속했다. 다만 조사 방식과 시기 등은 거론하지 않았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용두사미’가 돼버린 검찰 수사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나라가 떠들썩했지만 CMIT/MIT 기반의 가습기 살균제는 사망자와 피해자가 있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국가 책임 인정과 사과’를 약속한 점도 눈에 띈다.

그동안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사인 간(소비자와 기업)의 문제’로 규정하고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국가 책임은 외면해왔다. 정부는 판정을 통해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그 돈을 가해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낸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권 전제’ 때문에 피해 인정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공약에 참여했던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가가 책임을 인정하면 구상권 전제에 덜 얽매일 것으로 본다”면서 “노출(노출에 따른 건강악화 여부의) 입증 위주로 심사해 피해 인정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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