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지 못하는 돌봄노동, 질 낮은 간병으로 이어진다

2021.12.08 14:24 입력 2021.12.09 10:13 수정

간병·돌봄의 한 축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 필수직업’이라는 수식이 무색하게 요양보호사들은 열악한 처우 속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에 없어선 안될 필수노동자이자만 괜찮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환경은 간병의 질을 떨어뜨린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가 도입된지 13년. 요양시설에서 일하거나 이용자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요양보호사 수는 50만명이 넘지만 처우 개선은 요원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도 장기요양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요양요원(요양보호사가 91% 차지)의 직업 만족도는 54.4%로 낮았다. 유형별로는 일에 대한 보람(75.8%), 직장 내 인간관계 및 직장문화(62.4%), 경력개발 및 승진 기회(22.9%), 임금 수준(35.0%) 순이었다. 처우개선이 필요한 사항 1순위는 임금수준 개선(45.4%)이었다. 법정수당과 휴게·근로시간 보장(18.3%), 수급자 가족 교육(9.5%), 장기요양요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6.5%), 고충상담·건강지원 등 서비스 확대(6.2%)가 뒤를 이었다. 이용자나 가족으로부터 언어·신체폭력과 성희롱을 당한 비율도 적지 않았다. 국가자격인 요양보호사와 달리 별도 자격을 요하지 않는 간병인의 경우 규모와 고용형태 등 실태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노동자가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선 이용자도 존중받기 힘들다. 요양보호사 A씨(54)는 “밤이고 낮이고 쉬는 시간이 있다 해도 쉴 수가 없다. 야간에 복도에 매트 깔고 돌아가면서 쉬기는 해도 어르신들이 부르면 바로 일어나야 한다”며 “이런데도 휴게시간으로 3~4시간을 (노동시간에서) 빼먹는다”고 말했다. A씨는 “치매 어르신들이 얼굴에 침 뱉고 발로 차는 폭력을 쓰거나 대소변을 만지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목욕, 식사, 세탁 등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오십견이 와 어깨가 다 망가졌다”며 “입원하지 않는 이상 병가를 쓰기도 어렵다”고 했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11년차 요양보호사 B씨(60)는 “처음에는 전부 고운 마음을 갖고 왔는데 시설의 갑질이 너무 심하다보니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른다”며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와 B씨가 받은 임금은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경력이 쌓여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대다수는 매년 장기요양위원회에서 결정하는 수가상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다. 강도높은 노동에 비해 턱없이 낮은 급여와 불안정한 일자리, 일부 이용자·보호자들의 하대는 요양보호사를 현장에서 떠나게 만든다. 자격취득자는 200만명에 달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4분의1 수준이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중년 여성이 대다수라 처우 개선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요양병원에서 한달짜리 계약을 연장하며 근무하다 올 가을 ‘적자’를 이유로 해고됐다. 지칠대로 지친 그는 이 업계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A씨는 “건의를 하고 싶어도 나가라고 할까봐, 인근 요양원들에 소문날 까봐 못한다”며 “우리는 인권이 없다. 나이 먹고 어딜 가서 돈을 벌겠나 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앞으로 노인 인구가 더 많아진다는데 현장이 이런 식이면 누가 이 일을 하려고 하겠나”라며 “요양보호사들이 인권을 가지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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