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일어난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 폭발사고는 용기(연료통) 균열과 밸브 오작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7일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용기 고정 부품과 볼트가 계속 부딪치면서 용기 외부 복합재가 손상되고, 밸브 오작동·밸브 전선 단선 등의 이유로 파열된 용기에서 충전가스가 나가지 못하면서 내부 압력이 올라가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가스 용기는 내부 금속재와 외부 복합재로 구성돼 있다. 사고가 난 버스에는 용기 고정대가 느슨하게 설치돼 용기와 부딪치면서 용기 외부 표면에 14~15㎝ 정도 균열이 생겼다. 경찰은 이 균열로 용기 내부에서 팽창하는 가스 압력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을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경찰은 또 압력이 팽창할 경우 용기의 밸브를 통해 가스가 외부로 유출돼야 하는데 이런 과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밸브 전선이 끊어졌거나 전자 밸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국과수 김의수 박사는 “사고 당일 기온이 높았고 지열, 엔진 온도 등에 의해 용기 내부에서 가스가 팽창하면서 압력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고, 여러 원인이 맞물리면서 연료통이 감당할 수 있는 압력 범위를 넘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 차량 제조사 및 정비 담당자들이 정밀점검 규정 및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버스 운행기간에는 육안 검사나 간이 탐지기, 비눗물 검사 등 형식적인 점검만 하고 연료통을 떼어내서 하는 정밀점검은 한 번도 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당일 사고 차량이 가스를 충전한 신내동의 가스충전소는 가스안전공사의 점검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폭발하지 않은 다른 용기의 잔여 가스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성동구 행당동에서 벌어진 이 사고로 버스 승객과 행인 등 18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주변 상가 13곳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26일 현재 부상자 중 12명이 입원 중이다. 두 발목이 거의 절단되는 중상을 입은 이모씨(28·여)는 봉합수술을 받고 인근 종합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