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요양보호사 저임금·부당 처우 개선하라”

2012.07.01 21:50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시설에서 4년째 일하는 이모씨(55)는 출근하는 날이면 거의 잠을 자지 못한다. 그가 돌보는 환자는 이씨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조차 갈 수 없다. 밤사이 환자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치료비의 절반은 이씨가 책임져야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가정집을 찾아가는 재가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배모씨(51)는 환자를 돌보는 일 외에도 잡무가 많다.

손님을 위해 다과를 준비하거나 가족들 요청으로 환자의 관장까지 한다. 배씨는 “요양보호사가 할일은 아니지만 환자 가족 눈 밖에 나면 실직할 수 있어 거절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 시행 4년째를 맞으며 전국적으로 23만7256명에 달하는 요양보호사들이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환자 간병 이외의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고 있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재가 요양보호사 중 58%가 손님 접대는 물론 김장, 농사일까지 거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설 요양보호사의 절반 이상도 코와 입에서 이물질을 빼내는 작업(Suction)이나 관장 등 의료행위를 지시받았다고 밝혔다. 또 시설 요양보호사의 81%, 재가 요양보호사의 30%가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폭력이나 성희롱 등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보호사들은 그러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국민건강보험 공단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재가 요양보호사는 시간당 6000~7000원을 받지만 상여금과 식대는 없다. 시설 요양보호사의 급여도 4대 보험료를 제외하면 월 80만원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무도 과하다. 시설 요양보호사 1명은 주간 평균 9.7명, 야간 평균 16.5명을 돌봐야 한다. 2.5명을 돌보도록 한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일주일 평균 노동시간도 52.9시간에 달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일 요양보호사들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성희롱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 있다고 판단,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게 임금 가이드라인과 인력배치 기준, 성희롱 예방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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