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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문제 빼줄게” 고액 취업컨설팅 활개

2013.07.01 06:00 입력 2013.07.01 06:09 수정

“기업 담당자와 사전 면접” “합격 90% 보장” 과장홍보

수업료로 수백만원 받아… 취업준비생들 두 번 울려

일부 취업컨설팅 업체가 “면접 문제를 미리 빼주겠다”, “면접보게 될 회사의 면접관과 사전 모의면접이 가능하다”면서 취업준비생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 과정’이라며 30여시간 수업에 550만원의 수업료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대기업 현직 직원들이 강사로 일한다고 광고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경향신문 기자는 서울 마포구의 취업컨설팅 업체 ㄱ사를 방문해 상담을 했다. ㄱ사는 자신들에게 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국내 대기업 최종합격률이 90%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KT, SK, CJ, 삼성, LG 등 국내 유명 대기업은 모두 가능하다고 했다.

기자가 1시간 동안의 상담이 끝나고도 등록을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ㄱ사 대표는 강의설명서를 보여주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해당 기업의 면접관이나 현직 직원과 사전에 면접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강의설명서의 ‘외부 강사진 소개’란에는 23명의 국내외 대기업 현직자들의 영문 이름 첫 글자와 전문업종, 컨설팅 분야, 재직 중인 업체명 등이 쓰여 있었다.

ㄱ사 대표는 “영문으로 강사들의 이름을 표시한 것은 현직 직원들이 강의를 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라며 “ㄴ통신사의 최근 면접에서 한 수강생이 실제 면접관과 사전 모의면접을 해보고 합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사전에 면접 문제를 빼낸다고도 했다. ㄱ사 대표는 “ㄷ그룹의 인사팀과 연결이 돼 발표면접 문제 10개를 시험 전에 인사팀 관계자로부터 힘들게 받아냈다”며 “10문제를 모두 연습하고 가면 합격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ㄴ통신사에 확인해본 결과, 이 기업의 현직 면접관이 취업컨설팅 업체에 등록한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것은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ㄴ통신사 관계자는 “안 그래도 취업컨설팅 업체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얼마 전 내부 감사를 했다”면서 “그러나 강의를 들은 수강생이 합격한 직종과 해당 직원이 면접관으로 들어간 직종이 서로 달랐다”고 해명했다.

ㄷ그룹 관계자도 “실제 면접 문제가 유출됐는지 여부를 우리가 정확히 알 도리는 없다”면서도 “문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문제를 바꾸고 숫자도 늘려 실제 면접 문제는 10개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ㄱ사 대표는 30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해당 기업들이 모두 ‘허위광고’라고 주장했다는 말을 전해듣자 “일부 과장된 광고였다. 마케팅의 일종이었지 실제로 문제를 빼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업컨설팅 업체가 빠르게 늘고 있다. ㄴ통신사와 ㄷ그룹 등 해당 기업들이 모두 취업컨설팅 업체가 입사시험 점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취업준비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취업준비생 ㄹ씨(28)는 “나도 현직 직원이 면접을 해주고 시험 문제를 유출해준다고 해서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수업료가 너무 비싸 포기했다”며 “누군가는 실제 면접관과 연습하고 면접시험에 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돈이 없어 합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고 말했다. ㅁ씨(24)는 “암암리에 일부 현직 직원들이 취업컨설팅 업체와 연계돼 있을지 누가 알겠느냐”며 “수업 몇 번에 몇 백만원씩 내는 취업준비생이 많다는 취업시장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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