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특별법 10년

“원망을 꿰매고 희망을 수놓았다” 바느질 공예로 새 삶 의지

2014.09.22 21:50 입력 2014.09.22 22:38 수정

전시회를 통해 본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사연

탈성매매 여성들이 자활 작업으로 만든 작품들엔 그들이 겪은 기구하게 얽히고설킨 사연들이 녹아 있었다. 지난 18~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전국 8개 탈성매매 여성 자활센터의 연대체인 ‘여성자활네트워크’와 여성가족부 주최로 ‘2014 성매매 경험 여성 자활 이야기’ 행사가 열렸다.

탈성매매 여성들이 만든 제품을 전시한 이 행사는 성매매특별법 10주년을 맞아 자활에 얽힌 사연도 함께 소개했다.

동두천 자활센터 소속의 한 50대 여성은 자신이 만든 ‘삭스돌’(양말로 만든 인형)을 전시했다. 이 여성은 17살이 되던 해 인신매매를 당했다. 젊은 시절 기지촌에 감금된 채 성매매를 했다. 한때 잠시 탈출했으나 경찰은 이유 없이 기지촌으로 돌려보냈다. 그는 “바느질을 하며 나를 인신매매한 범죄자, 기지촌 업주, 경찰들을 원망의 바늘로 꿰맸다”며 “달러벌이로 이용돼 만신창이가 된 나의 꿈이 손끝에서 인형으로 다시 살아났고, 나도 다시 한번 살아보려 꿈틀거렸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탈성매매 여성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제2전시실에서 한 관람객이 방석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지난 17일 탈성매매 여성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제2전시실에서 한 관람객이 방석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 기자

여러 여성들은 바느질이 마음의 치료제가 됐다고 전했다. 뜨개질로 만든 조끼를 전시한 여성은 “3년 전 성매매를 할 때 조카에게 목도리를 해주고 싶어 뜨개질을 처음 배웠다”며 “당시 업주의 협박과 독촉에 시달리며 잠도 잘 자지 못했는데, 뜨개질은 약 대신 치료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작품을 만들며 삶의 희망을 찾았다. 나비를 수놓은 지갑을 제작한 여성은 “한 땀 한 땀 색실로 수를 놓으며 나비가 돼 훨훨 날아가는 자유로운 나를 꿈꿨다”며 “지금은 내 육신과 영혼이 희망을 꿈꾸기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인천 자활센터의 한 여성은 부엉이 모양 주머니를 만들었다. 그는 “‘부’를 상징하는 부엉이 주머니를 만들며 돈의 노예가 돼 힘들었던 과거를 생각했다. 예전 부질없는 것으로 내 주머니를 채웠다면 지금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배우며 돈도 차곡차곡 채우는 재미를 느끼려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공동개최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춘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성매매특별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성매매 경험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무관심은 이들의 자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가 이런 편견을 극복하고 여성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