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반대’ 이끄는 두 지원씨 “평등한 사회가 가장 안전”

2016.06.02 21:46 입력 2016.06.02 21:50 수정

6일 ‘공동행동의 날’ 준비 양지원·이지원씨

지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는 법질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같은 시각, 청사 정문 앞에서는 한 여성이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팻말에는 ‘여성혐오 범죄 대책이 조현병 강제입원? 소수자 혐오국가’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b>‘강남역 인근 살인 사건’ 정부 대책 비판 </b>양지원씨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남역 인근 살인 사건 대책으로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을 내놓은 정부를 비판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양지원씨 제공

‘강남역 인근 살인 사건’ 정부 대책 비판 양지원씨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남역 인근 살인 사건 대책으로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을 내놓은 정부를 비판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양지원씨 제공

서울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 살인사건 후 경찰과 정부의 대응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그는 강남역 10번 출구 앞 촛불추모제를 제안한 양지원씨(31·회사원)다.

양씨는 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건데 일부 언론과 경찰이 정신질환자의 범죄로 몰아갔다”며 “문제 해결은커녕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확대시킬 뿐이란 걸 지적하고 싶었다. (정부 대응은) 명백한 인권탄압”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23일 ‘묻지마 범죄’ 방지대책으로 경찰이 긴급하게 사회격리나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를 발견하면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촛불추모제는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18일 양씨가 10번 출구 앞에서 ‘모여달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양씨는 “(범인은)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단지 그 장소에 혼자 있었다는 이유로 살해했다”며 “여성혐오의 도가 지나치게 되면서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여성들이 분풀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촛불추모제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여혐 반대’ 이끄는 두 지원씨 “평등한 사회가 가장 안전”

촛불추모제뿐만 아니라 시민들은 늦은 밤 달빛 아래에서 강남 번화가를 행진하고, ‘여성혐오에 맞서야 한다’ 등 인증샷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여성혐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그 중심엔 구독자 수가 5000명이 넘는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 10번 출구’가 있다.

양씨 지인이자 ‘강남역 10번 출구’ 운영자인 이지원씨(24·대학생·사진)는 오는 6일 오후 3시 홍대입구역 앞 광장에서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모두의 제1차 공동행동’을 열 예정이다.

슬로건은 ‘여성혐오 세상을 뒤엎자!’인데, 참가자들은 자유발언 후 거리를 행진한다.

이씨는 통화에서 “그동안 여성단체 등의 주최로 집담회나 ‘필리버스터’가 진행됐고 시민들도 각자 여성혐오에 맞서는 행동을 보였는데 단체와 개인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행사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강남역에 포스트잇을 붙인 시민들은 경찰이 부인해도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고 있다”며 “이번 공동행동은 여성혐오에 맞서는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지원’씨는 지난해 여름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통성명을 했다. 이들이 바라는 사회상이 궁금했다. 이씨는 말했다. “오늘 페이스북에서 ‘모두가 평등한 사회가 가장 안전하다’는 글을 봤어요. 장애인과 성소수자, 그리고 여성을 차별하고 멸시하거나 그들에게 어떤 프레임을 씌우는 일이 없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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