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2년간 ‘표현의 자유’ 급속 후퇴”

2010.04.28 18:08

인권단체, 유엔 보고관 방한 앞두고 실태보고서

“권력 무기가 된 법으로 소통의 통로 완전 차단”

우리나라에서 의사표현의 자유가 급격히 후퇴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는 인권사회단체들의 보고서가 나왔다. 다음달 5일 프랭크 라 뤼 유엔 특별보고관의 공식 방한을 앞두고 현 정부 2년의 인권 상황을 종합적으로 진단·평가한 결과다. 유엔 특별보고관이 국내 인권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 정부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1995년 방한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권고한 아비드 후사인에 이어 두 번째다.

인권단체연석회의·유엔인권정책센터 등 24개 인권사회단체들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2010 한국 표현의 자유 보고대회’를 열고 ‘이명박 정권 2년 한국 표현의 자유 실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는 다른 인권이 후퇴되고 있음을 알리는 ‘전령사’ 같은 존재”라며 “최근 2년간 한국의 의사표현 자유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급격히 후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사회단체들은 현재 한국의 의사표현 자유 침해 상황에 대해 △권력의 무기가 된 법을 통한 통제 △인터넷에서의 자기검열 심화 △과도한 공권력 투입과 물리력 행사 등 3가지 경향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체들은 90장 분량의 실태 보고서를 통해 사상과 양심·언론·집회결사·인터넷·장애인·청소년·성소수자·구금자 등 11가지 분야에서 이 같은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상·양심의 자유는 15년 전 유엔의 폐지 권고를 받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여전히 억압당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2008년 국방부가 불온서적을 지정해 영내 반입을 금지하고, 국정원이 사찰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해 “국가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도 꼽혔다.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체포와 KBS·YTN 낙하산 사장 논란 등이 언론의 자유 침해 사례로 지목됐고, 전교조의 시국선언 탄압과 공무원노조 불법화 등이 대표적인 직장내 표현의 자유 억압 사례로 평가됐다.

또 집회·결사 자유의 경우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이에 따른 형사처벌로 제약을 받고 있으며, 용산 철거민 사망 등에서 보듯 집회 현장에서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금자·청소년·장애인·성적소수자들이 겪는 표현의 자유 제약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상임이사는 “표현의 자유가 이념의 잣대에 따라 정치화되고 범죄화되며 법이 남용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라면서 “정부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공식 방한하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인권을 기반으로 한 품격을 갖춘 인권국가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희진 사무국장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집회를 볼 수 없다는 것은 그 (표현과 소통의) 통로가 차단되고 병들어가는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틀을 갖춘 것처럼 가장하고 형사소추로 국민을 억압하는 것이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권사회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실태 보고서를 라 뤼 특별보고관에게 e메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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