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0% 올랐는데 받은 월급은 왜 똑같지?

2019.01.31 21:24 입력 2019.01.31 23:03 수정

수당 부풀려 기본급 인상 막기 현실로…월급 동결 대란 우려

최저임금이 올 들어 10.9% 인상됐지만 실제 월급은 동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으로 월급 동결 사례가 점차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 부담이 늘었다는 경영계와 임금 인상 효과가 없다는 노동계의 진실게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하청업체 태호코퍼레이션은 전년 대비 기본급은 동결하고 상여금 성격을 갖는 성과금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는 올해 임금계획을 통보했다. 사측은 생산물량 축소로 인한 경영 악화에 따라 노동자들이 고통을 분담해줄 것을 요청했다.

태호코퍼레이션은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조립하는 2차 하청업체로 60여명이 근무한다. 비정규직인 이 회사 노동자들은 지난해 기본급으로 월 131만6700원을 받았다. 지난해 월 최저임금이 157만3370원인 만큼 미달되는 부분은 직무수당 성격을 띠는 각종 수당으로 분할해 지급했다. 별다른 산정 근거 없이 라인수당·보건수당·복지수당·생산장려수당으로 나누는 식이다. 기본급과 4가지 수당을 합치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163만200원, 시급은 7800원이 된다. 지난해 연 성과금은 기본급의 200%로, 매달 나눠 받는다 치면 21만9450원을 받았다. 여기까지 임금을 계산하면 월 184만965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10.9% 오른 월 174만5150원이다. 하지만 올해 태호코퍼레이션 노동자들은 기본급과 직무수당, 성과금을 합쳐 지난해보다 0.28% 오른 월 185만4875원을 받는다. 최저시급은 820원 올랐는데, 손에 쥐는 월급은 5225원 오른 셈이다. 기본급이 제자리걸음이니, 이와 연동되는 성과금도 늘어날 리가 없다. 거기에 지난해의 절반 수준(10만9725원)으로 성과금을 줄이고, 성과금이 줄어든 만큼만 4가지 수당을 인상했다. 수당을 부풀려 기본급 인상을 막는 꼼수를 쓴 것이다. 이 회사의 평균 연장근무시간(18시간)에 따른 연장수당 상승분을 감안해도 월급 인상폭은 2만75원(0.97%)에 그친다.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직원들은 사측의 복잡한 수당 설계가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으로 복리후생비의 경우 최저임금의 7%(12만2160원)를 초과하는 부분은 산입범위에 넣어야 하는데, 회사는 월 복지수당을 인상하고도 이를 산입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곳은 태호코퍼레이션만이 아니다. 부평공장의 다른 2차 하청업체인 아진테크에서도 기본급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삭감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올해부터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정기상여금은 산입범위에 포함돼 기본급을 인상하지 않아도 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금 소폭 인상 방침에 파업을 결의했던 홈플러스 노조는 이날 무기계약직 1만2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끌어내며 사측과 임금단체협상에 합의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첫 달 월급이 집행되는 2월 중순부터 월급 동결 대란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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