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크레인 참사 교훈 잊은 삼성중공업...또 하청노동자 사망

2020.09.01 16:23 입력 2020.09.01 18:12 수정

삼성중공업 홈페이지에 게시된 도장 공정(페인트칠 작업) 소개 이미지.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에서는 지난 27일 유조선 탱크 도장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또다른 한 명은 신체 52%에 2도 화상을 입었다. | 삼성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삼성중공업 홈페이지에 게시된 도장 공정(페인트칠 작업) 소개 이미지. 삼성중공업의 거제조선소에서는 지난 27일 유조선 탱크 도장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또다른 한 명은 신체 52%에 2도 화상을 입었다. | 삼성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7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유조선 작업 현장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일어나 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했다. 노조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7년 크레인 참사 당시 지적했던 문제들이 전혀 해결되지 않은 탓에 일어난 사고라고 보고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는 “삼성중공업 5만t급 유조선의 청수탱크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1시간 수색 끝에 탱크 내부 밀폐공간에서 페인트칠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탱크의 외부에서 페인트칠 작업을 하던 노동자는 몸에 불이 붙은 채 가까스로 사고 현장을 탈출해 병원에 후송됐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유조선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일어난 직후 전신에 화상을 입은 하청 노동자가 응급실에 길려가는 모습.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 제공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유조선에서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일어난 직후 전신에 화상을 입은 하청 노동자가 응급실에 길려가는 모습.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하청지회 제공

노동부 통영지청의 산재예방과 관계자는 “노동자 한 명은 사망하고, 한 명은 온몸의 52%에 2도 화상을 입어 치료 중”이라면서 “불의 원인이 폭발이었는지 여부는 감식 결과가 나와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통영해양경찰서, 노동부 통영지청은 사고 현장에 대한 감식을 벌였다.

사망 사고의 근본 원인을 놓고 노조는 폭발·화재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탓이라고 보고 있다. “2017년 크레인 참사 당시 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 보고서에서 지적된 문제점들에 대한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노조가 말하는 ‘크레인 참사’는 2017년 5월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골리앗 크레인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해 하청노동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게 다친 사건을 말한다. 노동절이었던 이날 조선소에 출근한 노동자 대부분은 하청 노동자였다.

2017년 5월1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내 선박건조장에서 타워크레인과 골리앗크레인이 충돌해 부러진 잔해물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 사고로 하청노동자 6명이 숨졌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남소방서 제공

2017년 5월1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내 선박건조장에서 타워크레인과 골리앗크레인이 충돌해 부러진 잔해물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 사고로 하청노동자 6명이 숨졌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남소방서 제공

당시 노동부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대한 특별감독을 벌여 866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는데, 이 중엔 폭발사고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밀폐구역 폭발 위험 없는 환기팬·조명등·전기설비 설치’ ‘밀폐구역 유기용제 제거 인화성 증기 배출 환기 설치’ ‘밀폐구역 작업 시작 전·중 산소농도 측정’ ‘밀폐공간과 외부 감시자 간 상시 연락설비 설치·긴급 상황 대응’ ‘밀폐공간 관계자 외 출입금지’ 등이다. 노조는 “당시 노동부는 이미 폭발사고의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특별감독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25일 오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 2018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한국노총등 참가자들이 살인기업 명단을 발표한 뒤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 하고 있다. 당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는 타워크레인 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진 삼성중공업이 선정됐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25일 오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 2018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한국노총등 참가자들이 살인기업 명단을 발표한 뒤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 하고 있다. 당시 ‘최악의 살인기업’으로는 타워크레인 사고로 하청 노동자 6명이 숨진 삼성중공업이 선정됐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노조는 또 삼성중공업이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위험성이 높은 도료를 사용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대우조선은 (이번 사고가 일어난 청수탱크 관련 작업 현장에) 폭발·질식 위험이 적은 무용제 도료를 사용했지만, 삼성중공업은 유기용제 도료를 사용했다”면서 “유기용제 도료는 부착력을 강화시킨다. 즉 노동자의 안전보다 품질이 우선인 삼성중공업에서는 언제든지 폭발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라고 밝혔다.

사망사고 직후 ‘작업 중지’가 이뤄진 영역 또한 논란이다. 노조는 밀폐공간 작업 전체 혹은 밀폐공간 페인트칠 작업(도장 작업) 전체를 중지시켰어야 한다고 보지만, 노동부는 사고가 일어난 작업장의 스프레이 작업에 대해서만 중지 명령을 내렸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가 발생한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 한해 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부가 동일한 작업 의미를 축소 해석해 (도장 작업 중에서도) 스프레이 작업에 대해서만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애초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재해 발생 때 전체 작업장 작업을 중단하고 원인 규명,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런데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악하면서 ‘사고 발생 작업과 동일한 작업’에만 작업 중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축소했고, 이제는 동일 작업의 의미마저 축소해 해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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