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넘는 시민들 “우리 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

2020.11.18 06:00 입력 2020.11.18 07:33 수정

우리리서치·공공의창 공동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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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보다 ‘근로자’라는 말 친숙
79.9%는 “직업별 존중 차이 있다”

노조 설립·단체협상 대체로 공감
파업 공감 비율 상대적으로 낮아

산업재해 위험성 큰 업무의 경우
‘정규직 채용 필요’ 응답이 65.5%

시민의 절반은 우리 사회가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민들은 ‘노동자’라는 단어보다 ‘근로자’를 더 많이 접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일 경향신문이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시민 1000명을 상대로 공공의창·우리리서치와 공동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노동의 가치와 소중함을 얼마나 존중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존중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2.3%로 ‘존중한다’(45.0%)는 응답보다 높았다.

근로자와 노동자 중 평소 주로 접하는 단어를 묻는 항목에는 ‘근로자’라는 응답이 71.3%였다. ‘노동자 동질감’을 물은 항목에는 ‘노동자라고 하면 거리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49.9%로 ‘동질감을 느낀다’(33.8%)보다 16.1%포인트 높았다.

노동조합에 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가 55.6%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30.5%)보다 25.1%포인트 높았다. 긍정적 인식은 18세~20대(64.1%), 학생 직업군(61.7%)에서 평균보다 높았다. 연령별로 60대는 49.6%가 노조에 긍정적으로 인식한 반면 18세~20대는 64.1%였다.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을 ‘알고 있다’는 비율이 63.4%였다. 그러나 노조의 파업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노조 설립과 단체협상에 공감하는 사람은 각각 77.8%, 79.5%인 데 비해, 파업 행동에 공감하는 비율은 55.5%에 그쳤다. 일례로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이 정당한 요구를 내세우는 파업을 하더라도 생활에 불편을 미치면 공감할 수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38.9%로 집계됐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사람들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노동권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시민의 권리도 누리고 싶어한다”며 “파업이 당장의 경제 손실을 초래하더라도 사회 전체에 얼마나 유익한지 제도권 교육에서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업 경영여건에 상관없이 항상 필요한 업무 종사자는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47.8%로 ‘비정규직을 채용해도 괜찮다’(40.2%)보다 높았다.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 전환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당시 내세운 공약이다. 산업재해 위험이 커서 노동자 안전에 주의가 필요한 업무의 경우 정규직을 채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65.5%, 비정규직 채용도 괜찮다는 응답이 22.3%였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시민들 생각은 달랐다. 지식노동·육체노동·감정노동 등 노동의 종류에 따른 직업별 인격 존중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79.9%가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하 교수는 “사람들이 경쟁을 통해 성취한 가치를 강조한 사회에서 자라나다보니 비정규직을 노력하지 않은 사람의 형벌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직업 대우에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동시장 비정규직화에 동의하는 것에 대해 하 교수는 “차별이 존재한다고는 인식하지만, 차별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것보다 자신이 차별받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까지 ‘무노조 경영’을 한 삼성에 만약 노조가 있었다면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묻는 항목에는 ‘노조가 있었어도 지금처럼 성장했을 것이다’와 ‘노조가 있었다면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답변이 각각 43.2%와 41.6%로 비슷했다. ‘성장했을 것’이라는 대답은 30~40대와 학생 직업군, 노동조합에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응답자에서 높게 나타났다.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노동에 미칠 영향에 관해서는 ‘기대된다’(45.3%)와 ‘염려된다’(44.7%)가 비슷한 비율을 나타냈다. 현시대에 전태일의 분신 같은 항거가 다시 일어날 경우 ‘공감한다’는 응답이 77.8%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16.9%)보다 높았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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