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원 급증 속 사측 교섭 태도 ‘구설’

2021.05.06 21:15

이재용 부회장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1년 명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조합원들이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그룹 차원의 공동교섭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조합원들이 6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그룹 차원의 공동교섭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노조 설립 저지 지침 사라지고 전임자 파견 등은 ‘성과’
임금 자료 제공 않고 협상 지연…반노조 인식도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6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편법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창업 후 82년 동안 유지돼 온 ‘무노조 경영’의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삼성 계열사들의 노조 활동은 얼마나 보장받고 있을까.

6일 경향신문이 삼성 노조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이 부회장의 선언 이후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노조 설립 저지 지침을 내리는 일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예전처럼 협박과 징계, 해고를 불사하는 노조 분쇄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노조가 설립되면 사무실, 전임자 파견 등을 지원해 준다.

하지만 기존 자치기구인 노사협의회 합의사항 이상으로 노조가 성과를 내도록 용납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삼성중공업에선 노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저지됐다는 말도 들린다.

이 부회장 선언 이후 전자·전기 계열사들을 중심으로 노조 활동이 활발해진 성과는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1월 전자 계열사 중 처음으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의 4개 노조 중 가장 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조합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해 지난달 중순 4000명을 넘어섰다. 2019년 11월 조합원 400명으로 시작해 17개월 만에 10배가 불어난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들은 노사협의회가 맺은 임금인상안(기본급 4.5%+성과 3%)을 거부하고, 공동으로 사측과 임금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에서 노조 설립 후 처우 개선의 성과가 난 것과 연관이 있다. 삼성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노조에 참여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반면 연차가 높은 직원들은 ‘노조 없는 회사’에 익숙해 무노조 경영이 폐기됐어도 쉽게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들은 사측의 교섭 태도에는 불만을 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이 8차에 이르는 임금 교섭에도 노조가 요구한 임금 관련 자료를 대부분 대외비라며 제공하지 않았다”며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 협의 결과만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만하면 회사가 노력했다고 생각한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차일피일 시간을 끄는 부당노동행위(교섭해태)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 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도 제출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에선 노사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측이 법률상 의무로 규정돼 있거나 이미 취업규칙에 있는 내용 정도만 단협에 넣자며 ‘버티기 모드’로 나오고 있다고 노조 관계자들은 전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 초 사무직들이 노조를 설립하려 했는데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관련 인사들을 불러 설립을 막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현석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략조직부장은 “삼성이 형식적으로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와 대화하는 모양새를 갖추면서, 노사협의회에서 합의한 것 이상으로 성과는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하게 임해야 하고, 노조도 기존의 역량을 넘어서는 전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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