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한 지 70년이 되어가는 노조법 개정을 ‘지금’ 요구하는 이유

2022.09.14 15:14 입력 2022.09.14 18:22 수정

14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ㆍ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노조법 2ㆍ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노동법인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노조법)’은 1953년에 제정됐다. 내년이면 70년이 된다. 그 사이 노동환경은 바뀌었다. 전통적인 고용형태를 벗어난 계약과 고용이 늘어났다. 특수고용(특고)과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등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는 ‘사각지대’ 노동자를 보호하는 기반을 만들겠다며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재보험 전속성 요건 폐지’ ‘예술인과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고용보험료 지원 요건 중 사업장 기준 폐지’ 등 법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특수·간접고용 노동자가 지금 당면한 문제는 챙기지 않고 있다.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의 파업이 반년 동안이나 진행된 배경에는 특고 노동자에 대한 보호 문제가 있다. 노동 3권을 보장받지 못하면서 특고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됐다. 하청사가 사용자성을 인정받아도 실제적인 지배력을 가진 원청이 빠지면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손쉽게 불법으로 내몰리고 원청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사실은 지난 7월 끝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서 새삼 확인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시장 제도·관행이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얘기했는데, 현장을 다니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70년 된 노동법 체계도 조속히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장관의 발언이 진정성 있으려면 노동부가 주무부서로서 ‘노조법 제2와 3조 개정’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4차산업 시대로 가는 산업전환에서 핵심은 ‘지금과는 달리 비정형 노동’이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에 맞게 여기서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개념과 정의를 확대하지 않으면 지금도 차별과 고통에 몰려있는 비정형, 불안정 노동자들은 물론 확대될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 노조법이 개정돼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현행 노조법 제2조1항은 노동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라고 규정한다. 제2조2항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정의한다. 노동·시민단체는 협소한 해석을 막기 위해 노동자 정의에 ‘특고·간접고용 노동자를 포함한다’는 구체적인 문구를 넣고,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원청’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노동·시민단체는 ‘이 법에 의한’이란 수식어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져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손해배상을 금지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는 14일 ‘노조법 제2조와 3조 개정’을 위한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64개 단체로 이뤄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국회가 노조법 2·3조를 개정할 것을 요구한다”며 “운동본부는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고,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이들과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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