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 PD수첩 불방 결정 월권”

2010.08.20 21:48
강진구 기자

전 MBC 경영진 “리뷰보드는 공정성 위한 기구… 사전 시사 권한 없다”

야5당 등 즉각 방영 촉구 

MBC 엄기영 사장 시절 탄생한 ‘리뷰보드(Review board)’는 프로그램 완성 전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기구이지, 이사진에게 완성된 프로그램을 사전에 볼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전직 경영진에 의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제작 가이드라인’을 들어 4대강 의혹을 다룬 「PD수첩」에 대해 사전 시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김재철 사장 등 현 이사진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잃게 됐다.

20일 엄 사장 재직 시절 리뷰보드를 신설하는 데 참여했던 한 경영진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리뷰보드는 완성된 프로그램을 미리 볼 수 있는 권한까지 이사진에게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리뷰보드는 경영진도 공정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로 임원들이 제작 전 담당국장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프로그램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근본 취지를 설명했다.

이미 내부절차와 심의를 끝내 예고편까지 나간 「PD수첩」의 ‘4대강, 수심 6m의 비밀’에 대한 사전 시사를 요구하는 현 경영진의 행태는 리뷰보드 제도 취지를 벗어난 ‘월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불방에 대해 “시사교양국장이 보고하고 리뷰보드에서 토론된 내용이 반영되고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면 방영하는 것이지, 이사진이 완성된 프로그램에 대해 사전 시사를 요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등 이사진은 지난 16일 방영을 보류한 후 계속해서 사전 시사를 고집하며 4일째 불방 결정을 고수하고 있다. MBC 경영진은 전날 공정방송협의회 개최를 요구한 노조 측에 ‘임원회의를 통해 가부를 알려주겠다’고 했지만 이날까지 이틀째 임원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도 더 이상 방영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무기력하게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PD수첩」 방영 하루 전날인 오는 23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서 불방 결정에 어떤 의견을 제시하느냐가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차기환 대변인(여당 추천)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편성의 최종책임자는 이사진으로 리뷰보드를 통해 사전에 방송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제작진이 당초 보도자료에서 언급했던 4대강 ‘비밀팀’ 등 불필요한 오해 소지가 정리되면 방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야5당, 언론노조, 민언련, 참여연대 등 500여개 단체들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에 대한 충성에 눈이 멀어 방송의 독립성을 스스로 짓밟고 있다”며 「PD수첩」의 즉각 방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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