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경찰 중간간부 확대 ‘숙원’ 이루나

2003.08.05 18:18

경찰청은 앞으로 5년간 하위직 경찰인력 2만여명을 중간간부급인 경위·경감 계급으로 상향조정하는 등의 ‘경찰계급별 인력구조 개선 방안’을 최근 발표했다. 경찰 직급조정은 경찰 숙원사업의 하나이지만 그간 갖가지 반대논리에 밀려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청와대와 행정자치부 등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어느 때보다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찰의 대규모 인력구조 개편에 따른 예산 소요 등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배경과 내용=전체 경찰관 9만1천5백92명 중 순경·경장·경사(7급 이하) 등 하위직 경찰관이 7만9천47명으로 86.2%를 차지하는 반면 경위~경정 중간간부(5·6급)는 13.3%, 총경(4급) 이상 고위경찰은 0.5%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경찰의 에펠탑형 인력구조는 국가일반직 공무원의 그것과 큰 차이가 난다. 일반공무원의 경우 7~9급 57.7%, 5·6급 35.8%, 4급 이상 6.4%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하위직 경찰관들이 승진·보수 측면에서 다른 공무원보다 불이익을 받는다고 판단하는 까닭도 경찰 인력구조와 무관치 않다.

또 일반공무원은 9급에서 6급까지 승진하는 데 평균 17년이 걸리지만 경찰은 순경에서 경감까지 24년이 걸리고, 그나마 경위 승진을 하지 못한 채 경사 이하로 정년퇴직하는 경찰관이 74%에 이른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경사급 파출소장, 경찰서 조사요원·교통사고조사요원·형사반장 등을 경위급으로 ▲순찰지구대장, 경찰서 조사·형사 계장과 3급지 경위급 청문감사관을 경감으로 ▲경찰서 경감 과장이나 지방청 경감 계장 등을 경정으로 ▲지방청 경정 과장은 총경으로 조정하자는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5개년 계획이 끝나면 하위직 경찰비율은 74%까지 떨어져 현재 에펠탑형 계급구조가 피라미드형에 근접하리라는 복안이다.

경찰은 특히 현재 인력구조로는 조사·형사·교통사고조사 분야의 경우 사법경찰관 신분인 경위 이상급이 맡아야 적법한데도 실질적으로는 경위 숫자가 부족해 경사 이하가 ‘도장만 빌려 찍는 식’으로 권한을 대행하는 편법이 난무, 국민 편의와 인권 측면에서도 반드시 직급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예산=경찰청은 앞으로 2년간 약 8,000명 경찰관의 직급조정 예산으로 3백80억원을 신청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획예산처에서 예산이 반쯤 삭감될 것을 감안한 액수로 보인다. 최광식 경찰청 혁신기획단장은 “계획을 추진하려면 연간 1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인력구조 개선을 통해 국민이 누릴 수 있는 치안서비스 질 향상 효과는 매년 1천억원의 가치 이상일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2만1천여명의 직급체계를 조정한다는 경찰청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향후 5년간 매년 1백억원씩 모두 5백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또 인력개편 이후에는 매년 유지관리를 위해 꼬박꼬박 5백억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칼자루’를 쥔 기획예산처와의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경찰의 자구노력 필요=경찰은 인력구조 개선에 따른 정부의 추가예산 부담을 덜기 위해 경찰 정복·신발 등 구입예산 23억원을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직급조정 주요 대상인 수사·교통·방범 등 분야의 경찰관계자들도 자체 마련한 자구노력 방안을 들고 행자부 등 관계당국 담당자들을 찾아가 “우리 분야가 직급조정 우선대상”이라며 ‘맨투맨’ 설득작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들은 또 타부처에 비해 대규모인 직급조정이 부담스러운 듯 “식구가 많아 예산이 많이 드는 것일 뿐 5백억원을 들여 2만여명의 직급을 상향조정한다 해도 1~2호봉씩 깎이므로 월급은 20만원쯤 오르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그렇게 올라도 이미 여러차례 직급조정된 다른 공무원들의 승진·보수 조건보다 여전히 불리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경찰청의 직급조정이 결정될 경우 소방본부·해양경찰청 등 1990년대 중반 경찰청으로부터 독립한 기관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직급 관련 불이익을 받아온 기관들 가운데 경찰청이 먼저 직급조정을 이루면 다른 기관들도 경찰청 선례에 따라 추후 직급조정에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직급이 낮아도 실권은 강하다’는 질시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청 공무원(6급)은 “경찰은 제복을 입는 사법집행기관이므로 일반직 공무원과 단순 비교하면 안된다”면서 “지역사회에서 경찰서장(4급)이 서울시내 구청장(1~2급)이나 부구청장(3급)과 비슷한 예우를 받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군과 검찰·국정원 등 특수직이 일반공무원보다 최소한 2단계 높은 직급의 예우를 받고 있지만 경찰은 일반공무원 수준에 가깝게 고쳐달라는 것”이라며 국민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결국 경찰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직급조정에 따른 예산증가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여론을 등에 업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중식기자 uy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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