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잘마신 공무원 지역경제 기여?…공로賞 수여 ‘술취한 행정’

2007.05.01 18:21

“술을 많이 마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기에 이 공로패를 드립니다.”

술 잘마신 공무원 지역경제 기여?…공로賞 수여 ‘술취한 행정’

1일 오전 9시 충북 괴산군청 회의실. 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5월 정례직원조회에서 주당(酒黨) 공무원 3명에게 이색 공로패가 전달됐다.

이날 공로패를 받은 공무원은 장모 과장(5급)과 김모 계장(6급), 정모씨(7급) 등이다.

이들은 사무실 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두주불사형. 평소 술을 많이 마신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충북 괴산군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음주문화상’을 만들어 물의를 빚고 있다. 괴산군은 지난달 각 실·과에서 건전한 음주문화로 지역경제에 기여한 공무원을 직급별로 2명 이상씩 추천받아 심사를 거쳐 이들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수상자에게는 부상으로 건강팔찌가 주어졌고 연말엔 부부동반으로 선진국 견학 기회도 주어진다. 건강팔찌는 술을 많이 마셨으므로 건강을 챙기라는 의미. 부부동반 여행은 술 마시고 밤늦게 귀가한 남편 뒷바라지에 고생한 부인에 대한 배려라고 한다. 견학갈 선진국은 미정이다.

임각수 군수는 “괴산읍내는 야간에 영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죽은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심각한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죽하면 이런 고육책을 내놨겠느냐”고 말했다.

군측은 앞으로 여성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상을 제정하는 문제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명분도 좋지만 군민 건강을 우선 챙겨야 할 행정당국이 술 많이 마시는 공무원을 선발해 상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에 고개를 흔들었다.

〈괴산|김영이기자 ky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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