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이상·광우병 특정위험물질 부위 수입 ‘촛불’이 막아내

2010.05.13 18:17 입력 2010.05.14 01:06 수정

정부 졸속협상 두달 만에 ‘등떠밀린 수정’… 안전확보 여전히 미흡

2008년 봄의 촛불은 나라를 뒤흔들었다. 굴욕적 협상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이명박 정부의 등을 떠밀어 추가협상을 이끌어냈고, 결국 최소한의 안전성 담보를 이끌어냈다. 다만 추가 협상과정에서 약속한 정부의 검역주권 강화 방침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b>‘촛불의 강’ 이뤘던 민심</b> 2008년 6월1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의 촛불행렬이 광화문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촛불의 강’ 이뤘던 민심 2008년 6월10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의 촛불행렬이 광화문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우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촛불의 시작은 2008년 4월18일이었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협상결과를 발표했다. 19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내용은 굴욕적이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허용이었다. 정부는 당시 “1단계로 30개월 미만의 뼈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2단계로 미국이 동물사료 금지조치를 강화하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수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시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 조치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안전장치라고 강변했지만 실제로 미 식품의약국(FDA)이 공표한 동물성 사료금지 조치는 2005년에 입안예고된 것에 비해 대폭 후퇴했다.

광우병 위험요인이 큰 뇌·척수·머리뼈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조차도 수입이 허용됐다. 당시 양국은 30개월 미만 소의 경우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를 뺀 뇌·머리뼈·척수·눈에 대해 모두 수입을 허용하도록 합의했다. 미국 내에서조차 식용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부위들이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광우병 감염소가 발생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하는 ‘수입위생조건 5조’는 명백한 검역주권 침해였다.

졸속협상에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 열기가 거세지면서 정부는 마지못해 미국과의 ‘추가협의’라는 명목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민간자율규제인 ‘품질시스템 평가’(QSA)에 의해 자율적으로 수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2008년 6월21일 추가협상 결과가 발표됐다.

당초 협상안보다는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촛불이 이뤄낸 성과였다. 박상표 국민건강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당시 촛불은 정부간 협상결과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의사에 반한다면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30개월 이상·광우병 특정위험물질 부위 수입 ‘촛불’이 막아내

협상결과 한국QSA 운영 외에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머리뼈·뇌·눈·척수 등 4개 부위도 수입하지 않기로 추가 합의했다.

하지만 추가협상에도 식탁안전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선 30개월령 이상 수입제한 조치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개선될 때까지’로 한시적이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막기 위해 운영하겠다는 ‘품질시스템 평가(QSA)’ 프로그램도 미국내 육류 수출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것으로 강제성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는 내장 부위와 분쇄육, 등뼈가 들어간 티본스테이크는 여전히 수입하고 있다. 미국 도축장 수시점검이나 전수검사 권한이 확보되지 않았고, 중대한 위반사항을 발견해도 수입중단을 요구할 수 있을 뿐 자체적으로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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