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병역을 거부합니다”

2011.11.01 21:43 입력 2011.11.02 00:00 수정

서울대생 최기원씨 “용산참사 보며 국가폭력 회의… 양심에 반해”

“오늘이 입영일입니다. 그러나 국가폭력에 가담할 수 없기에 저는 병역을 거부합니다.”

최기원씨(26·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그는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선언에 앞서 최씨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하지만 오래전에 결심한 것이기 때문에 평온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최씨가 병역을 거부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2009년 용산참사다. 그는 “돈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이들이 철거민들의 삶을 수탈했고, 돈의 하수인이 된 권력이 그들의 생명까지 앗아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최기원씨가 1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제공

최기원씨가 1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병역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전쟁없는세상 제공

최씨는 “그 모습을 보며 오랫동안 함께해온 포이동 266번지(개포동 1266번지) 판자촌 주민들의 얼굴, 내가 가르치던 저소득층 공부방 학생들의 미래가 떠올랐기에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씨는 용산참사 추모집회를 찾아다녔다. 그는 “공권력은 추모현장에서도 방패와 곤봉을 휘둘렀고 후배가 심하게 맞았다”며 “평범한 삶을 죽음으로 내몬 것도 모자라 추모하는 시민들을 폭도 취급하는 공권력에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예전부터 갖고 있었던 공권력에 대한 회의와 의문에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씨는 “현 대한민국 공권력을 국민의 안전보다는 가진 자의 재산과 권력만을 지키는 파수견으로 보고, 그러한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동조할 수 있는 군복무는 저의 양심에 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역거부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 외할아버지는 일제에 징용되어 강제노역을 했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으며, 큰외삼촌은 베트남전에 파병됐다가 심각한 고엽제 후유증을 얻고 고생하고 있다”면서 “전쟁의 상처는 아직 우리 안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주의자로서 병역을 거부한다. 전쟁 없는 세상은 평화적인 수단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서 병역거부를 한 이들 덕분에 나도 병역거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대체복무제를 넘어서 ‘공적 참여’라는 가치를 중심에 둔 ‘사회복무제’가 필요하다”고 대안을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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