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잘못이 아니다’…구의역 사고 희생자 김군 위령표 제막식 열려

2016.08.26 15:44 입력 2016.08.26 16:06 수정

26일 오전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사고 희생자인 김모군을 추모하는 위령표와 국화 19송이가 붙어있다. 박광연 기자

26일 오전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사고 희생자인 김모군을 추모하는 위령표와 국화 19송이가 붙어있다. 박광연 기자

26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 앞. 지난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19세 청년 노동자 김모군을 추모하는 위령표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은 구의역 사고가 발생한 지 90일째 되는 날이다. 스크린도어에 부착된 반투명 위령표에는 ‘너의 잘못이 아니야…너는 나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구의역 사고가 “김군 개인의 잘못이 아닌 구조적 문제의 결과”로 발생했음을 지적하고, ‘너는 나다’를 통해 김군에 대한 수많은 비정규직 청년들의 공감을 표현했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는 김군을 추모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을 모아 이날 위령표 제막식을 열었다. 위령표 앞에 설치한 책상 위에는 붉은색의 컵라면 용기와 나무젓가락이 놓여 있었다. 가방에 컵라면을 넣고 다녔지만 끼니를 때울 여유도 없이 정비 작업에 내몰렸던 김군의 생전 어려움을 기리는 물품이었다. 컵라면 옆에는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이 지난 25일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 자료집과 페이스북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 페이지 운영진이 사고 당시 구의역 추모현장 모습을 엮어 만든 사진집도 놓여 있었다.

26일 오전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서 김군을 추모하는 위령표 제막식을 열었다. 박광연 기자

26일 오전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서 김군을 추모하는 위령표 제막식을 열었다. 박광연 기자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구의역 사고는 이명박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추진된 인력 감축 및 비용 절감 정책이 만들어낸 살인”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외주화를 통한 경영합리화 명분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구의역 사고는 예견됐다”며 “당신의 마지막 노동의 일자리, 삶의 몸부림 자리를 기억하며 안전업무 정규직화에 힘쓸 것”이라 말했다. 권영국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대표는 “사람들 눈에 잘 띄도록 위령표를 만들고 싶었지만 김군 유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소박하게 제작했다”며 “사람들 마음에 김군의 희생이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은 평등할 때 존중받고 비로소 안전도 담보된다”며 “노동자가 존중받는 일터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위령표 제막식 참가자들이 위령표 주위에 김군을 추모하는 헌화를 부착하고 있다. 박광연 기자

위령표 제막식 참가자들이 위령표 주위에 김군을 추모하는 헌화를 부착하고 있다. 박광연 기자

제막식을 마친 후 참석자들은 위령표 주위에 국화 19송이를 붙이며 김군을 추모했다. 19송이의 국화는 김군이 사망한 다음날이 김군의 19번째 생일이었음을 기억하고자 준비됐다고 한다. 구의역에서 만난 시민 김세원씨(27)는 “김군이 동료 없이 혼자서 작업하다가 사고 당했다는 점이 마음 아프다”면서 “2인1조 혹은 3인1조의 근무 형태를 보장해 다시는 김군과 같은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위령표 제막은 김군 유가족과 서울메트로 측의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 구의역 사고 직후 서울메트로 측은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에 위령표를 설치하고, 문구와 설치시한을 유가족과 합의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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