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엉터리 환경평가’

2016.10.09 22:06 입력 2016.10.09 22:09 수정

곤충전문가가 포유류·어류 조사…한 명이 같은 시간 여러곳…

현지조사 좌표도 빠져양양군 조작·축소 의혹

설악산 케이블카 ‘엉터리 환경평가’

강원 양양군이 추진 중인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가 현지조사를 실시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조작하거나 잘못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환경 피해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행 법규상 환경영향평가서를 아예 반려하도록 규정한 사유들에 해당한다.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될 경우 사업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이번 정권 내에서는 착공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과 설악산지키기국민행동은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와 환경부 국립생태원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의견 등을 분석한 결과, 관련 법규상 반려요건에 해당되는 부분들이 다수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먼저 양양군이 제출한 1~10차에 걸친 현지조사 내용 중 1~4차, 10차에는 산양 등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현지조사표’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조사표가 있지만 조사 시각이나 GPS 좌표 등이 빠진 경우도 다수였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현지조사표가 없다는 것은 예를 들어 실험실에서 시료 분석 실험을 해놓고 농도나 양 같은 기초 데이터가 없다고 하는 것과 같아 신뢰성이 확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 명의 조사자가 같은 시간에 여러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조사 기록이 포함돼 있어 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곤충전문가가 비전문 분야인 포유류·양서류·어류를 현장조사한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케이블카가 송전선로보다 환경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며 인간의 간섭이 많을수록 산양의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증가한다는 사실 등 사업에 부정적인 내용들은 모두 누락돼 있었다.

현재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를 보완해서 다시 제출하라는 의견을 보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조작된 자료로 환경영향을 축소한 경우 관련 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서를 아예 반려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과 환경단체들은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지 않을 경우 고발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도 밝혀졌다. 설악산 케이블카 하부 정류장은 국립공원 외부에 설치될 예정이라 국토계획법상의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며, 이 경우 케이블카 시설 전체가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된다.

환경영향평가가 개별 사업을 사전 검토하는 것이라면 전략환경영향평가는 보다 큰 틀의 국가정책 및 계획에 대한 환경성 평가를 주 내용으로 삼는다. 국민의당 김삼화 의원이 공개한 양양군 내부문서에 따르면, 양양군은 그동안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느라 골몰해왔다.

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되거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게 될 경우 케이블카의 착공은 내년에도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양양군 관계 공무원 2명은 환경부에 제출한 경제성 보고서 조작 혐의로 기소까지 당한 상태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조작 의혹 및 자료 누락 등 지적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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