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구의역 사고’ 막겠다더니···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왜 또 났나?

2016.10.19 18:00 입력 2016.10.24 11:44 수정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 국화 |이상훈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 국화 |이상훈 기자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후 대대적으로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내놨지만 19일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또 다시 지하철 승강장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구의역 사고 발생 후 “사고 원인을 낱낱이 밝히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렸다. 이와 별도로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도 활동했다. 박원순 시장은 “앞으로 시민 생명과 직결된 안전업무는 외주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스크린도어 관리업무를 지하철 공사가 직영하도록 했다.

시는 지난 6월20일부터 7월22일까지 33일간 307개 서울 지하철 전 역사의 스크린도어 6만4508개 모두를 조사하기도 했다. 전수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01개 역사의 스크린도어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호선 김포공항역은 유일하게 스크린도어 전면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해 내년까지 교체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1만4250건의 고장 발생해 하루 평균 8건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19일 열차에서 내리려던 승객이 열차 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올해 들어서만 세번째 스크린도어 관련 사망사고다. 지난 2월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 지하철에 타려던 설모씨(81)가 쇼핑백이 출입문에 끼면서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끌려가다 선로에 떨어져 숨졌고, 5월에는 2호선 구의역에서 정비업체 직원 김모씨(19)가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다 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구의역 사고와 이번 사고는 지하철 공사 사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의역 사고 당시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이정원 전 사장이 양 공사 통합 무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상태였다. 지난 8월 말에야 재공모 끝에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신임 사장은 직전까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이던 김태호씨였다. 메트로 사장으로 김씨가 자리를 옮길 당시에도 박원순 시장의 ‘돌려막기 인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메트로 사장 채용 면접을 앞둔 8월 초 김씨가 도철 사장직을 그만 둔 이후 도철 사장 자리는 두 달이 넘도록 공석이다. 사장직을 노리는 도철 안팎의 인사들로 조직 분위기도 뒤숭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19일 사고가 났다. 서울시는 최근에야 후임 도철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가 구성됐다고 밝혔다. 공모 절차를 거쳐 사장을 뽑아야하고, 시의회에서 청문회도 거쳐야 해 도철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수장 없이 조직을 운영하며 사고를 수습해야 한다.

우형찬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두 사고는 사장 자리가 빈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지하철 양 공사 통합에 몰두하던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이 같다”며 “안전 업무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통합에 치중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김태호씨가 메트로 사장으로 취임한 뒤 앞서 무산된 공사 통합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우 의원은 또 “시가 스크린도어 전수조사를 벌어놓고도 김포공항역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역들에 대한 최소한의 임시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안전조치는 하루 빨리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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