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①산별노조 등 발판 ‘산업 시민권’ 통해 노사의 균형 잡아야

2017.02.19 22:26 입력 2017.02.19 22:28 수정

일터 민주화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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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공연맹 소속 노조원이면서 사민당원입니다.”

지난해 2월 독일 베를린에서 만난 사민당 베를린 청년모임 대표 아니카 클로제(24)는 “대부분 당원들이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조에도 함께 가입해 있다”며 “노동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단체협상과 노동권 교육이 노조와 정당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독일 사민당은 나치 반대, 최저임금 인상, 직업교육 강화 등 정치부터 노동까지 다양한 부문의 교육과 활동을 노조와 함께 진행한다.

2000만 한국 노동자에게 민주주의는 여전히 직장 문 앞에서 멈춘다. 민주주의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라면, 일터의 의사결정에서 배제되는 지금 노동자들을 민주사회 시민이라 할 수 있을까. ‘노동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화 3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사회의 과제다.

■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1원 1표’ 원리가 지배하는 산업현장에서도 시민권 행사는 예외가 될 수 없다. 이 같은 맥락에서 1970년대부터 산발적으로 제기되던 ‘산업 민주주의’ ‘산업 시민권’ 개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업 민주주의의 핵심은 노동자가 자율적 조직화를 통해 직장 내 자기의사결정권을 확립하는 데 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고용하는 사람과 고용되는 사람 간 비대칭적 권력관계는 개인 차원에서는 극복할 수 없다”며 “집단적인 노사관계를 제도화해 균형적인 권력관계로 만드는 데 노조의 중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부터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는 공정한 분배를 향한 요구는 담고 있지만 ‘노동자 참여’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근 ‘경제민주화, 재벌개혁을 넘어 노동으로’라는 글에서 “경제민주화가 경제적 의사결정과정에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이라면 노동은 핵심적인 이해당사자”라며 “노동자들은 의사결정과정이라는 절차적 측면에서 배제됨으로써 경제성장 과실로부터도 배제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도 경제민주화를 구성하는 요소로 재벌개혁과 함께 ‘노동의 민주화’를 들면서 “작업장에서의 노동자 자주관리,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노사 공동결정 등을 포함한 경제적 의사결정의 민주화”를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노동의 참가를 말할 때 노동은 ‘조직된 노동’으로서 산별노조를 의미한다”며 “산별노조를 발판으로 성립하는 사회적 대화와 산별교섭, 그리고 경영 참가(노동이사제)가 중요한 통로를 이룬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노동자들 연대에 기반을 두고 힘을 키우려면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노조 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 “유럽 노조, 공공정책에 참여”

산별노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 중심의 단체교섭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사실상 이를 가로막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현행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기업별 교섭을 강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별노조를 결성했다 해도 실효성 있는 단체교섭권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당장 10% 수준의 낮은 노조 조직률을 높이기 어렵다면 노사 간 단체협약 효력이 노조가 없는 작업장에도 발효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보다도 노조 조직률이 낮지만 전체 노동자의 95%가 단협 적용을 받는 프랑스는 한국보다 불평등도가 월등히 낮다.

독일은 개별 기업 단위에서는 종업원평의회가, 기업 밖에서는 산별노조가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이원화된 구조다. 종업원평의회는 노동조직, 임금체계, 배치전환, 인사계획, 해고 등 기업 의사결정에 사용자와 동등하게 참여하고, 산별노조는 산업별 노동자들의 공통된 요구를 대변한다.

노조가 강화되면 일터뿐 아니라 공공정책에도 노동자 참여의 길이 열린다. 유럽에서 노조는 공공정책 결정과정의 책임 있는 참여자이기도 하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유럽에서는 고용보험, 연금정책 등의 결정에 노조가 직접 참여한다”며 “노조는 국민들이 만든 생산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과정에서 공동결정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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