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①기나긴 법정 분쟁 ‘시간은 사용자 편’…설령 이긴다 해도 이미 모두 잃은 뒤

2017.02.19 22:26 입력 2017.02.19 22:28 수정

노동법원,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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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대법원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153명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해고는 유효하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따라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2009년 2646명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공장 점거를 시작한 지 2002일 만에 해고노동자들의 ‘법정투쟁’은 패배로 끝났다. 그사이 노조원과 가족 26명(이후 2명 추가 사망)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해온 최병승씨는 2005년 2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해고됐다. 최씨는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을 거쳐 2012년 2월 대법원에서 정규직 노동자라는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정규직 인사발령을 냈는데도 최씨가 3년 가까이 출근하지 않았다며 해고를 결정했다. 최씨는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에게 사용자와의 법적 다툼은 승소 여부와 상관 없이 생활고 등 큰 상처만 남긴다. 노동위를 포함해 사실상 5심제로 진행되는 긴 시간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늘 ‘가진 자’다.

또 법원이 노동소송을 ‘평등한 당사자 대등주의’에만 입각해 보기 때문에 사용자와 대등한 입장에 서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작업장 현실을 충분히 고려한 판결을 위해 노동법원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경우 오래전부터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을 대표하는 참심원이 직업법관과 함께 재판 판결에 참여하는 형태의 노동법원을 운용하고 있다. 노동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원·법관을 통해 재판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노사 측이 판결에 직접 참여해 신뢰도를 높인다.

국내에서 노동법원 설립 논의는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와 법원, 한국노총 등에서 노동 전문법원 설립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판사’를 집중배치하여 노동사건을 독립적으로 관할시키면서 일방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한 판례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노동계 전반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사법개혁안에 참심형 노동법원이 담기면서 다시 설립이 추진되는 듯했지만 이번엔 대법원·노동부·경영계 등이 반대하면서 장기과제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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