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자치’ 제주의 특별한 10년…‘실험’은 계속 진행형

2017.04.06 22:52 입력 2017.04.06 23:01 수정

제주특별자치도의 실험

2006년 7월1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기념식 모습.

2006년 7월1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기념식 모습.

‘지방자치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기대 속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만 10년이 지났다. 참여정부는 사회·경제·문화적 특수성과 독자성이 강한 제주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 선진적인 지방분권 모델로 키우는 실험을 감행했다. ‘지방자치 시범도’ 꼬리표를 단 제주특별자치도의 10년은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특별자치를 한국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 왜 ‘특별자치도’인가

제주도는 2006년 7월1일 ‘제주특별자치도’로 전환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이 제정돼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별자치도’라는 지위가 부여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취지는 제주특별법 제1조를 보면 알 수 있다.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보장하고, 행정규제의 폭넓은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해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즉, 중앙권한을 이양해 강력한 자치권을 부여할 테니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구현할 것, 규제완화와 특례를 활용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2006년 출범과 함께 국내 최초로 창설된 자치경찰단 소속 직원들이 제주도지사로부터 임용장을 받은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특별자치도의 2006년 출범과 함께 국내 최초로 창설된 자치경찰단 소속 직원들이 제주도지사로부터 임용장을 받은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별자치도의 출범은 2003년 당시 참여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맞닿아 있다. 지방분권 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 ‘제주를 분권의 시범도, 지방자치의 시범도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구상은 자치권 강화에 대한 제주도의 요구와 맞물리면서 3년 만에 특별자치도로 가시화됐다. 앞서 2002년 제정한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도 흡수했다.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규제완화와 특례가 가능한 ‘특별자치도’라는 추진체를 달게 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외교와 국방, 사법 등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하고 고도의 자치권이 인정될 제주특별자치도를 ‘지방자치의 새 지평’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적인 분권을 위한 선도지역’ ‘자치와 분권의 백미’ ‘자치 파라다이스’ ‘자치모범도’ ‘선진 분권모델’ 등 장밋빛 수식어가 잇따랐다.

■ 특별자치 10년, 제주의 변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주민이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행정체제 개편이었다. 기존 4개 시·군(제주시와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이 폐지되고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단일광역자치체제로 바뀌었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대신 도지사가 시장을 임명하는 2개 행정시(제주시, 서귀포시)가 설치됐다. 기초의회가 폐지됐고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출범했다. 기초자치단체 폐지는 주민의 참정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지적 속에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알리는 현수막이 제주도청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을 알리는 현수막이 제주도청에 걸려 있다. 연합뉴스

전국 최초로 자치경찰단이 함께 출범해 운영 중이다. 제주지방국토관리청과 제주지방중소기업청, 제주지방해양수산청, 제주보훈지청, 제주환경출장소, 제주지방노동사무소, 제주지방노동위원회 등 7개의 특별행정기관이 제주자치도 소속으로 이관됐다. 지자체 처음으로 감사위원회가 설치됐고 감사직렬도 생겼다. 제주도의회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정책자문위원제가 도입됐다.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돼 정무부지사에 대한 인사 청문이 이뤄지고 감사위원장은 도의회의 임명동의안이 없으면 임명할 수 없게 됐다.

제주특별법은 국가가 매년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부족액에 대해 교부하는 보통교부세를 제주에 한해 고정적(보통교부세 총액의 3%)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교육의원제와 제주형 자율학교제 등은 교육자치를 위한 조치다. 정부에서 관리하던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제주로 이양했고 제주에 한해 관광목적으로 무사증(노비자) 입국이 허가됐다. 지역 실정에 맞는 개발을 위해 각종 토지이용 행위제한 기준, 도시개발과 건축 관련 기준도 도 조례로 정할 수 있다.

[대선 3대 의제-③지방분권]‘강력한 자치’ 제주의 특별한 10년…‘실험’은 계속 진행형

제주는 이를 위해 2006년 출범 당시부터 2007년과 2009년, 2011년, 2015년까지 5차례에 걸쳐 제도개선을 위한 법 개정을 했다. 5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4537건의 중앙정부의 권한이 제주로 이양됐고 규제가 완화됐다. 현재 6번째 제도개선이 추진 중이다.

■ 특별자치도의 한계와 성과

제주자치도는 지방분권의 시험무대로, 현재 진행형이다. 자치분권의 선도 지역이 될 수 있는 반면 정부의 정책검증과 확산을 위한 수단적이고 실험적인 성격에 머물 수도 있다. 자치권을 확대하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정권 교체에 따라 정부의 의지가 달라졌다. 권한을 이양받는 과정도 부처이기주의, 개별적 열거적 방식의 한계 등으로 인해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특별자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매번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리 역시 발목을 잡았다. 참여정부 당시 2단계 제도개선에 소요된 시간은 1년(2007년)이었지만 5단계 제도개선은 무려 4년(2012~2015년)이 걸렸다. 강창민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부족한 것이 매우 아쉬운 상황”이라며 “자치도의 법적지위, 재정지원 문제 등 핵심적인 부분은 언제나 전국적 차원의 형평성, 국내 조세체계 등의 논리가 우선시돼 획기적인 분권모델로 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권한은 주면서 재원은 주지 않는다는 비판도 비슷한 맥락이다. 제주특별법은 4조에서 국세의 세목을 이양하거나 제주자치도에서 징수되는 국세를 이양하는 등 행정적·재정적 우대 방안을 마련하여 조속히 시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는 조세체계 교란 등을 이유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제주 방문 관광객에게 부가세를 환급하는 제도는 제주특별법 개정과 예산 확보까지 이뤄졌지만 정부에서 조세제한특례법을 개정하지 않아 결국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의 특별자치는 일정한 한계에도 지역 발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인구는 지난 10년간 56만명에서 64만명으로, 관광객은 530만명에서 1360만명으로 늘었다. 자치권의 확대와 규제 완화가 경제 성장의 강력한 동력이 됐다. 반면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도민들은 행복한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지방자치의 목적이 주민의 행복 증진보다 경제성장에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제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며 특별자치를 도입했지만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함으로써 실제로는 풀뿌리 자치권을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국제자유도시라는 개발 중심의 성장모델로 인해 특별자치도는 지방분권의 모델이라기보다는 개발을 위한 효율적 체제, 개발자치도가 됐다”며 “주민투표를 통해 행정계층구조를 다시 주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제주의 법적 비전인 국제자유도시를 ‘생태 평화’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제주특별자치에서의 귀중한 실험을 더욱 정교하게 시행하고 평가해 한국 지방자치 발전에 유용한 교훈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다만 제주특별자치의 발전패러다임은 경제성장의 관점에 기반을 둬 주민의 행복이 소홀히 취급됐다. 지방자치의 목적은 경제성장을 넘어 주민의 행복, 질적 발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