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손발 묶인 지방정부, 지역발전·위기대응 제대로 못해…헌법상 족쇄 서둘러 풀어야

2017.04.06 22:52 입력 2017.04.06 23:15 수정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0년 만에 개헌특위가 국회에 구성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각 정당의 정파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아직까지 개헌초안조차 국민 앞에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은 정파적인 이익을 초월하는 핵심적인 개헌 과제이다. 왜냐하면 중앙정부가 지역문제까지 모두 개입하여 처리하려다 보니 교육이나 부동산 정책 등 중앙정부의 각종 정책이 지역실정에 맞지 않아 실패하고, 외교와 통상과 같은 전국적인 문제는 중앙정부의 과부하로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고]손발 묶인 지방정부, 지역발전·위기대응 제대로 못해…헌법상 족쇄 서둘러 풀어야

지방정부는 헌법에 의해 손발이 묶여 있어서 지방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나설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중앙집권적 국정운영 체제로 인하여 국가 전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기능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같은 재난은 이러한 기능마비 증상의 일부로 국가 붕괴의 전조라고 보아야 한다. 이에 지방분권개헌은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발전과 국가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현행 헌법에 의하면 지방정부는 법령에 의해 중앙정부가 시키는 것만 해야 하고(법률유보문제), 법령상의 지침에 의해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한다(법률우위문제). 한마디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이 되어 있다. 이래서는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손발을 묶어 놓은 헌법상의 족쇄를 풀어서 지방정부가 지역발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지역발전을 위해 독자적인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입법권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개헌과제이다. 지방정부가 법률의 위임이 없더라도 자치입법을 통해서 주민의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 벌칙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치입법권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전국적인 통일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방사무에 대한 획일적인 법령이 지역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에 지방정부가 자기책임하에 지역실정에 맞도록 법령과 다른 자치입법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변형입법권).

다음으로 헌법에서 지방정부가 지방업무를 자기책임하에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지방정부가 재정수요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과세권을 헌법상 보장하여야 한다.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현재 국세로 되어 있는 세목에 대해서도 지방세를 병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중앙정부의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비용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도록 명시하여 지방정부의 재정악화를 막아야 한다. 또한 지방간 재정력 격차로 인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하여 재정조정제도를 헌법에 명시하여야 한다.

셋째로, 지방정부가 그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을 지역 실정에 맞게 자치입법으로 정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현행 헌법은 지방정부의 조직조차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지방조직이 획일화되고 경직되어 조직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지역 실정에 맞지도 않는다. 시장이나 군수, 도지사가 지방의 소통령이 되어 권력을 전횡하는 폐단도 결국은 중앙정부가 법령으로 그렇게 만든 것이다. 지방의 조직구성과 운영을 지방정부의 자치입법으로 정할 수 있도록 헌법에 규정하여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처럼 지방정부의 조직혁신이 중앙정부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분담에 관한 보충성의 원칙, 지방이익이 중앙정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역대표형 상원의 설치도 빠질 수 없는 헌법개정의 과제이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