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용산 기지 내부 오염 정화 못하면 ‘부산 하야리아기지’처럼 될 수도

2017.10.23 20:51 입력 2017.10.23 20:53 수정

미군 동의 없어 주변만 검사

하야리아기지 ‘위해성 평가’ 제대로 못해 공원 조성 진통

뚜뜨뜨뜨….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메인포스트 담장 주변에 큰 소리가 이어졌다. 전쟁기념관 동문 바로 앞이었다. 서울시의 미군기지 유류오염 조사 용역을 맡은 토양시료채취 전문업체 직원 7명이 천공기계로 땅에 구멍을 냈다. 서울시는 18~19일 이틀간 메인포스트·수송부 주변 3개 지점 18곳에 구멍을 뚫고 토양오염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8월 조사에서는 기준치 이내 오염물질이 검출됐지만 꾸준히 내부 오염 가능성이 제기된 곳이었다.

지하 4m 지점에서 뽑아 올린 플라스틱 관에는 흙이 가득 차 있었다. 서울시 조사단과 함께 살펴본 흙의 3분의 1가량은 번들거리는 검은색이었고 기름 냄새가 났다. 조사단은 커터칼로 관을 잘라 흙냄새를 맡아보고 병 2개에 나눠 담았다. 각각 BTX(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와 TPH(석유계총탄화수소)를 측정하는 병이다. 실험실에서 성분 분석을 거치면 1개월쯤 뒤 유류오염 농도 결과치가 나올 것이라 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서울시 관계자는 “기지 내부에 기름이 많이 유출됐을 텐데 기지 안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변만 조사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라 미군 동의 없이 내부 조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3차례 기지 내부에서 실시된 한·미 합동 환경조사 결과는 미군 반대로 1차 결과만 공개됐고 2·3차 결과는 비공개 상태다. 서울시는 기지 주변 40개 관정에서 2004년부터 지하수를 채취하고 정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내부 오염원을 알아내지도, 정화하지도 못한다는 한계에 부딪쳤다.

용산 미군기지는 3년 전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된 부산 범전동 하야리아기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하야리아기지는 반환 과정 중 실시한 2009년 위해성 평가에서 전체 면적의 0.26%만 위해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정화 비용 3억원이 책정됐다. 이마저도 미군은 ‘오염 수준이 KISE(인간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책임지지 않아 한국 정부가 정화를 맡았다. 이후 2011년 실시한 토양정밀조사에서는 전체 면적의 17.96%인 9만5877㎡에서 각종 중금속과 유류 오염 물질이 검출돼 146억원의 정화 비용이 들었다.

부산시민공원은 2014년 5월 개장했지만 제대로 된 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공원 조성 내내 진통을 겪었다. 국방부의 정화 공사는 2011년 4월 시작해 2012년 7월 완료됐지만 그해 8월과 2013년 5월 추가로 유류 오염토가 나와 ‘부실 정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시민사회의 환경오염 재조사 요구가 이어졌지만 부산시는 재조사 없이 오염토만 새 토양으로 대체하고 공원 조성 공사를 마무리했다. 최수영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부지에 오염 우려가 남아 있는데 너무 조급하게 공원이 만들어졌다”라며 “용산에 공원을 조성할 때는 환경조사 결과를 신속하게 공개하고 철저하게 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 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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