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름은 황유미입니다

2018.11.30 16:33 입력 2018.11.30 16:34 수정

[금주의 B컷]제 이름은 황유미입니다

1985년생입니다. 아빠 품에 있던 저는 삼성이 고개 숙이는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2018년 11월25일, 제가 세상을 떠난 지 11년 만에야 목격한 삼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빠는 억울함을 밝히겠다는 딸과의 약속을 지켰지만 제 목숨을 지키지는 못했다며 아쉬워하셨습니다.

아이돌 그룹 ‘신화’를 좋아했습니다. 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빠가 말하지 않아도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택시 운전으로 버는 돈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것도요. 동생만은 돈 걱정 없이 공부를 시키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라며, 연기나지 않는 공장이라는 기흥 반도체 공장에 들어갔습니다. 아빠는 삼성 직원이 됐다며 자랑하셨습니다. 하지만 연기 없는 공장에는 다른 것들이 있었습니다. 불산, 황산, 이름 모를 화학약품들…. 처음에는 감기 몸살인 줄 알았습니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

수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속초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잠이 든 저는 다시 깨어날 수 없었습니다. 꽃다운 나이라고들 말하는 스물세 살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아빠의 품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검은 티셔츠에 새겨진 저는 황유미입니다. 김경미, 이윤정, 이은주라는 이름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장에서 일하다가 억울하게 생명을 빼앗긴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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