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찍은 문 대통령 사진이 책표지에 떡하니

2019.02.08 14:26 입력 2019.02.20 16:15 수정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의 ‘셀카’에 ‘배경’으로 등장한 경험, 있으신가요? SNS가 일상이 된 시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인증샷’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입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길을 걷다 의도치않게 누군가의 사진에 찍혀 타인의 SNS에 등장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타인의 허락없이 사진을 찍고 이를 유포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는데요, SNS상에서 공유되는 ‘얼굴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요? ‘SNS 초상권’을 둘러싼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이 기사는 각 회당 설문조사를 통해 독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기사를 읽고 투표에 참여해주세요.


[SNS와 초상권④]내가 찍은 문 대통령 사진이 책표지에 떡하니

잘 찍었다 싶은 사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많이들 올리시죠. 다른 사람들이 찍은 좋은 사진도 SNS를 통해 많이 감상하실 겁니다. ‘공유’가 일상이 되면서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진 면이 있는데요. 한편으론 모르는 새 내 권리를 침해당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누군가 허락 없이 가져다 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어떨까요. 반대로 별 생각 없이 남의 사진을 가져다 썼다가 고초를 치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SNS에는 출처나 원작자를 알 수 없는 사진이 무수히 떠다닙니다. 인기가 많을 수록 ‘좋아요’나 ‘공유’ 기능을 통해 널리 퍼지니 ‘공공재’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이윤과 관련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창작물을 만든 이에게는 ‘저작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별도의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이 권리는 창작과 동시에 생깁니다.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고 민사 소송에 걸리면 금전적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이 책 표지에?

ㄱ씨가 당시 2015년 12월 촬영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 ㄱ씨는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릴 때 닉네임과 저작권 보호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ㄱ씨 홈페이지 갈무리

ㄱ씨가 당시 2015년 12월 촬영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사진. ㄱ씨는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릴 때 닉네임과 저작권 보호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ㄱ씨 홈페이지 갈무리

ㄱ씨는 행사와 다큐 사진을 주로 찍는 전업 작가입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정치인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었습니다. 위 사진은 ㄱ씨가 2015년 12월에 찍은 것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복지후퇴 저지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입니다. 평소 문 대표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이 ‘핵심 이미지’라고 여겼던 ㄱ씨는 행사 시작 전부터 객석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카메라를 세팅한 끝에 이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ㄱ씨는 지인을 통해 어느 책 표지에서 이 사진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 표지에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 얼굴은 자신이 찍은 사진을 편집해 넣은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사전에 출판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었던 ㄱ씨는 이 출판사 대표 ㄴ씨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저작권법은 복제, 전시, 배포,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 등 방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또 저작자의 인격권을 침해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다만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해 인용하는 것은 정당한 범위 내에서 허용하고 있습니다.

ㄴ씨의 출판사가 지난해 1월 펴낸 책. 표지 오른쪽 하단에 ㄱ씨가 찍은 사진이 편집돼 실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ㄴ씨의 출판사가 지난해 1월 펴낸 책. 표지 오른쪽 하단에 ㄱ씨가 찍은 사진이 편집돼 실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ㄱ씨의 사진을 쓴 출판사 측은 어떻게 해명했을까요. ㄴ씨는 구글에 ‘잘생긴 대통령 문재인’을 검색해 이 사진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사용한 점은 인정했지만 ㄴ씨는 “이 사진이 유명 정치인의 것인 데다 검색도 쉽게 됐기 때문에 저작권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ㄴ씨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불기소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이 사진은 유명 정치인의 인물 사진이어서 그 사진에 저작권이 있을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하기는 어렵고, ㄴ씨가 구글 검색으로 다운받은 사진에는 저작자 표시나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라는 문구가 전혀 없다”며 “ㄴ씨가 이 사진이 저작권 보호대상이라는 것을 알면서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ㄱ씨는 검찰의 이같은 판단에 불복해 항고했지만 똑같은 결과가 나오자 재정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동시에 민사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SNS와 초상권④]내가 찍은 문 대통령 사진이 책표지에 떡하니


[5화 예고]내 그림을 미용실 간판으로? “창작자는 괴로워”
ㄱ씨는 사진 한 장으로 왜 소송까지 하게 된 것일까요. SNS 시대, 작품을 널리 알리는 것은 좋지만 희박한 저작권 개념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다는 창작자들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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