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

전기노동자들 “산불 원인, 전신주 이물질 충돌 아닌 유지보수 예산 삭감 탓”

2019.04.10 15:31 입력 2019.04.10 21:31 수정

전기노동자들이 ‘강원 산불’ 원인을 ‘이물질 충돌’로 추정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한전의 유지보수 예산 삭감과 관리감독 소홀이 근본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한전은 강원 산불이 시작된 해당 전신주의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강풍으로 이물질이 날아와 불꽃이 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5일 밝힌 바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소속 전기노동자들은 10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은 외부 이물질이 전선에 붙었을 가능성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전하며 자신의 관리 부실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민 안전과 화재 예방을 위해 유지보수 예산 확대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기노동자들은 이물질 접촉보다 설비 노후화를 이번 강원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시공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전선과 전선을 압축한 부분에 수분이 들어갈 수 있다”며 “겨울이 되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전선 압축력이 떨어지고 여기서 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전선이 산화된 결과 전선의 절단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엄인수 강원전기원지부장은 “사고 영상을 보면 사고 전신주뿐 아니라 옆 전신주에서도 불꽃이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며 “어떻게 동일한 시간에 두 전신주에 이물질이 달라붙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전기노동자들이 바라보는 근본 원인은 설비 유지보수 예산 삭감에 있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노후 설비 유지보수 예산을 보면 2017년 1조8621억원에서 올해 1조4449억원으로 4000억원가량이 삭감됐다.

올해 설비점검 예산은 484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2000억원가량 증가했지만 설비교체보강 예산은 2000억원가량 줄어든 9609억원에 그쳤다.

전기노동자들이 느끼는 배전현장 유지보수 실태는 더 심각하다. 건설노조가 전기노동자 576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올해 들어 선로 검사를 해본 적 있다는 응답은 23.2%에 그쳤다. 올해 배전 선로 유지보수 공사가 예년보다 줄었다는 응답이 98.6%를 차지했다.

건설노조는 “전국적으로 기별 점검과 선로 점검 공사 발주 건수가 크게 줄었다”며 “점검 시기를 놓치고 교체 시기가 경과한 불량, 노후 시설은 앞으로 더 큰 사고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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