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아만 괜찮다면 내 몸의 고통은 정상일까” 묻는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작가

2019.09.15 14:15 입력 2019.09.15 21:27 수정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의 우아영 작가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의 우아영 작가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임신을 하면 몸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오고, 그중 어떤 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데도 ‘임신 중 정상입니다’라는 말이 답인 경우가 많아요. 태아에게 부작용이 오지 않으면 산모가 겪는 고통은 ‘정상’. 임신한 여자의 몸에 대한 의학적 정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변비, 부종, 요통, 소화불량, 불면, 체중증가…. 임신과 출산을 거치는 여성의 몸에는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최근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휴머니스트)라는 책을 낸 우아영 작가(32·사진)는 첫아이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는 ‘화학적 유산’ 후 찾아온 극심한 생리통도,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한 임신성 소양증에 대해서도 더 자세한 의학적 설명이 없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과학기자인 우 작가는 학술논문을 직접 뒤져보며 임신 중 여성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구는 ‘임신한 여성’보다는 ‘태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화학적 유산에 동반되는 통증과 관련한 연구는 한 문장도 찾을 수 없었지만, 시험관 시술에 대한 연구같은 것은 굉장히 많이 찾을 수 있었어요.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으면서 임신한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여겼던 나의 의심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지난 9일 우 작가는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모든 걸 정상으로 설명해버리는 건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였다”고 말했다. 학계에서 관련 연구가 이뤄져야만 한참의 시간을 거쳐 의료현장으로 관련 지식이 내려온다. 그런데 연구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니 의사도 현장에서 설명할 말이 없다.

우아영 작가의 책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우아영 작가의 책 <아기 말고 내 몸이 궁금해서>

많은 예비산모·산모들은 답을 얻기 위해 ‘맘카페’로 모인다. 의사가 정상이라고만 설명한 수많은 증상으로 인해 서로가 겪는 어려움을 확인하고, 머리를 모아 대처법을 짜낸다. 화학적 유산·임신성 비염·임신성 요실금 등의 증상이 많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고, 먹덧·두통덧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입덧에 대한 대처법을 나누는 식이다. 우 작가는 “맘카페를 보면서 여성들이 다들 자기 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주저함 없이 굉장히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데도 임신한 여성의 몸에 대한 의학적 연구가 이토록 부족한 것은 왜일까. 우 작가는 “여성 환자의 통증을 스트레스 때문이라거나 히스테리적인 것으로 보는 등 의학계가 오랫동안 가져온 젠더 편견 때문에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한 여성이 자신의 투병기를 풀어낸 <나의 자궁>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저자인 애비 노먼은 2010년 극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찾는다. 자궁내막증과 난소 낭종이 발견돼 수술한 후에도 여전히 통증이 사라지지 않지만, 의사는 “이건 모두 환자분 머릿속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스스로 통증의 원인을 찾아 헤매던 애비 노먼은 자궁 통증을 호소하던 많은 여성들이 건강염려증, 히스테리, 꾀병으로 진단받아온 긴 역사를 알게 된다.

“연구 현장에서 여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일상적이에요. 최근까지도 실험 현장에서 수컷쥐만 사용했던 등 여성의 몸에 대한 연구가 누락되죠. 초창기 FDA(미국 식품의약국)도 임상연구에 가임기 여성을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호르몬 변화가 날뛰고 있기 때문에 시험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던 것이 이유에요. 그런데 달리 보면 호르몬이 크게 변화할 때 시험에서 어떤 반응이 있을지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가임기 여성을 연구 대상에 넣었어야 하는 거죠.”

우 작가의 책 역시 여성의 몸에 오는 변화에 대해 완벽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 우 작가는 “제 책이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이러한 연구가 있었다고 소개하는 정도인데도, 알고 싶었던 것들을 대신 찾아줘서 통쾌했다는 주변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 중 의학적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여성이 좀 더 고통을 감내하는 쪽으로 쉽게 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의 몸에 대한 정보가 더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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