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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결론은?

2019.10.01 12:21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의원들이 지난해 10월2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의원들이 지난해 10월22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연합뉴스

감사원이 지난달 30일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서울시가 공익감사를 요청한지 약 9개월만입니다.

채용비리 의혹은 서울시가 ‘무기계약직 제로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습니다. 서울시는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로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직원이 임금과 승진에서도 동등한 대우를 받게끔 ‘일반직’으로 전환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공사 임직원과 노조 간부의 친인척이 대거 채용돼 특혜를 입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일반직 전환 대상 직원 1285명 가운데 100명 이상이 공사 내 친인척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야3당이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서자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지난해 10월18일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등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지난해 10월18일 자유한국당 김용태 사무총장이 국회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등 의혹과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감사 취지는 네 가지였습니다. ①임직원과 노조 간부 등 친인척의 채용비리가 있었는가 ②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위법성이나 부당함이 있었는가 ③무기계약직을 신규 채용하는 과정에 위법성이나 부당함이 있었는가 ④서울교통공사가 자체 조사한 사내 친인척 현황이 진짜인가를 확인하자는 겁니다.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를 놓고 감사원 판단과 서울시 주장이 상당히 다릅니다. 감사의 계기가 된 ‘채용비리’에 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채용비리 의혹을 촉발한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에 대해서는 큰 시각차가 존재합니다.

감사원은 서울교통공사가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고 신규 채용한 과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고 교통공사 사장을 해임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습니다. 반면 서울시는 “이는 서울시 노동존중 정책을 이해하지 못해 나온 아쉬운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감사를 통해 어떤 사실이 드러났는지, 감사원과 서울시 주장이 어디서 부딪히는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④사내 친인척 현황 → 112명→192명

우선 눈에 띄는 부분은 과연 일반직 전환 대상자 가운데 사내에 ‘연줄’(4촌 이내 친인척)이 있는 직원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첫 조사에서 이를 108명이라고 밝혔다가 후에 4명을 더 알아냈다며 112명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인사처장이 본인 배우자를 명단에서 고의로 누락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 감사원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보고서

출처 : 감사원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보고서

감사원 감사 결과 사내 친인척 있는 일반직 전환자 수는 112명에서 192명으로 80명 늘었습니다. 전체 일반직 전환 대상자(1285명) 가운데 14.9%가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었던 셈입니다. 감사원은 이 수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의 가족관계등록자료를 보는 것으로도 모자라(2008년 이전 사망자는 전산자료에 등록 안 됨) 지방자치단체에 자료까지 요청해 일반직 전환 대상자의 4촌 내 친인척이 공사에 재직하는지를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수사권한이 없어 자체조사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 ①채용비리 있었나 → 2건…‘고용세습’으로 보기엔 ‘무리’

조사 결과 일반직 전환 대상자 가운데 친인척이 재직하는 사람 규모가 크게 늘었지만, 이들이 모두 채용비리로 교통공사에 들어왔다는 뜻은 아닙니다.

총 262쪽에 달하는 감사원의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 보고서를 살펴보면 서울교통공사와 관련해 친인척의 청탁으로 부당하게 위탁업체에 채용된 경우는 2건 확인됐습니다. 옛 서울메트로 직원이 협력사 노조위원장에게 아들 채용을 청탁해 입사(2015년12월)시킨 경우가 1건 있었고, 옛 서울메트로 퇴직자가 협력업체의 이사에게 아들의 채용을 청탁해 특채로 입사(2016년9월)시킨 경우도 1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됐습니다.

서울시는 이 2건에 대해서는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 ‘조직적 채용비리’ 또는 ‘고용세습’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감사원 감사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총과 서울교통공사노조 등은 이날 감사원 발표 후 “자유한국당 등이 주장한 노동조합의 채용비리 의혹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구의역대책위, 김용균재단 등과 함께 노동조합의 입장과 요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 ③무기계약직 채용 → “부당하다” vs “문제없다”

다음에 소개할 무기계약직 채용 관련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서울시는 감사원 판단을 전면으로 반박했습니다.

감사원은 우선 승강장 안전문 유지보수 등 용역을 서울메트로가 직고용하는 과정이 부당했다고 봤습니다. 감사원과 서울시 설명을 종합하면 전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1주기를 앞둔 2017년 5월25일 사고 지점인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위에 추모글이 붙어 있다. 용역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19)은 2016년 5월28일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전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강윤중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1주기를 앞둔 2017년 5월25일 사고 지점인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위에 추모글이 붙어 있다. 용역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군(19)은 2016년 5월28일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중 전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강윤중 기자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용역업체 노동자 김군(19)이 사망하자 서울시는 사고수습 대책에 따라 안전유지 등을 맡은 위탁업체를 전원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채용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특혜시비를 막기 위해 공사 임직원 친인척이 위탁업체에 취업 중인지를 조사합니다. 그 결과 21명의 친인척이 위탁업체에서 근무하는 사실이 파악됐는데, 이 가운데 15명이 서울교통공사에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됩니다.

감사원은 “당초 부당하게 채용된 위탁업체 직원들을 직접 고용에서 배제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서울교통공사 사장에게 요구했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15명(후에 1명은 퇴사하고 14명이 일반직으로 전환)이 위탁업체 직원을 직고용한다는 서울교통공사 계획을 사전에 알고 부당 입사했는데 이를 걸러내지 않고 모두 채용했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위에 드러난 채용비리 2건을 제외한 13명까지 모두 ‘부당채용’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반박합니다. 이들은 민간위탁업체 입사 때 공개채용 과정을 거쳤고, 무기계약직 전환 때 다시 한 번 채용면접이라는 절차를 뒀기 때문에 ‘친인척’ 21명 가운데 6명은 탈락했으며, 단지 친인척이 같은 회사에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채용에서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서울시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친인척’ 15명은 서울교통공사의 직고용 전환 계획(2016년 6월15일 발표)을 미리 알고 위탁업체에 입사했을까요. 감사원은 ‘그렇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시 주장은 다릅니다. 이들 ‘친인척’ 15명이 입사한 기간은 2008년 12월부터 2016년 3월까지 고루(2008년 3명, 2010년 2명, 2013년 2명, 2014년 1명, 2015년 4명, 2016년 3명) 분포해있습니다. 감사원은 “2015년부터 위탁업체 직원을 (서울교통공사가) 직접 채용한다는 계획이 내·외부에 알려졌다”고 지적했는데, 서울시는 이에 대해 “구의역 사고 이전인 2015년에는 직접 채용은 논의되지도 않았고 자회사를 설립해 안전업무 담당직원을 흡수하는 방안도 구두로만 논의되던 때였다”고 설명합니다.

■ ③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 → 시험을 추가해야 공정할까?

마지막으로 감사원 판단과 서울시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 이 부분입니다. 무기계약직을 한 번에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위법성이나 부당함이 있었느냐는 하는 것입니다. 감사원 판단은 “부당하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무기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서울시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보다 더 노동친화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중앙정부가 2017년부터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기간제와 파견·용역 노동자를 무기계약직 등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무기계약직은 고용안정은 보장되지만 임금·승진체계에서는 여전히 차별을 받아 이른바 ‘중규직’으로 불립니다.

이와 별개로 서울시가 2017년부터 추진하는 ‘무기계약직 일반직 전환’ 정책은 무기계약직도 동일 업무를 하는 한 임금과 승진 체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전환 방식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노사협의를 통해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감사원은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전환 방법을 가이드라인으로 명시한 것과 달리, 서울시가 전환방식을 노사협의를 통해 마련하도록 해 채용절차에서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방공기업법 63조 2항은 “공사의 직원은 시험성적, 근무성적, 그밖의 능력의 실증에 따라 임용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일반직 전환 때 이 ‘능력 실증’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봤습니다. 일반직 공개채용 때 지원자들은 필기시험과 인성검사를 거쳐야 하고 경우에 따라 직무능력평가도 받아야 하는데 무기계약직은 이런 시험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출처 : 감사원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보고서

출처 : 감사원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보고서

감사원은 특히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를 통해 다양한 경로로 일을 시작한 사람들 중에서 “불공정한 경로”로 들어온 사람은 걸러내고 일반직으로 전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기존 직원의 추천을 받은 친인척을 면접 등 간이 절차만 거쳐 기간제로 채용(46명, 2001년 ‘유가족 특별채용’된 1명 포함)하기도 했는데 이들까지 별도의 평가 없이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겁니다.

반면 서울시는 이같은 감사원 지적이 “노동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반박합니다.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이날 감사원 발표 직후 기자설명회를 열어 “서울교통공사가 추진한 일반직 전환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감사원이 ‘불공정 경로’ 입직 사례로 내세운 46명은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채용돼 상시 업무를 해온 직원들로, 당시의 법규에 따라 채용돼 필요한 경우 경쟁을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고, 이후 차별을 해소하고자 하는 시 정책에 따라 일반직으로 전환됐다는 겁니다.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날 서울시의 기자설명회에서 “일반직 전환이 지방공기업법 63조2항 위반인지 네 군데 법무법인에 자문했고, ‘단순히 직원 처우를 개선했을 뿐이어서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정리하면, ‘능력 검증은 끝났다’는 게 서울시 시각이지만 감사원은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며 의견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태웅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의혹 관련 감사원 감사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무기계약직을 없애고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동일노동·동일임금’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이라며 “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지적한 부분에 대해 감사원에 깊은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강 부시장은 이날 “감사원 감사 결과 채용비리나 위법성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기관장 해임까지 권고한 것은 지나치다”며 “재심의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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