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촛불 이후···“청년들, 공정성에 생태주의·페미니즘도 함께 지향해야”

2019.11.01 20:13 입력 2019.11.01 22:24 수정

촛불 3년·전태일 49주기 맞아 토론회

“국정농단 집회 때 여성혐오 불편

여성도 청년이란 인식 확산돼야”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윤정 연구원과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오른쪽 첫번째, 두번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촛불혁명 3주년 학술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윤정 연구원과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오른쪽 첫번째, 두번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촛불혁명 3주년 학술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우리는 21세기 전태일이다.” 신난초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정책팀장의 말이다. 그는 1일 전태일기념관이 전태일 열사 분신 항거 49주기를 맞아 기념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나와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특성화고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받는다. 임금은 적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청년 노동자들은 서울 평화시장의 청년 노동자 전태일이 1970년 11월 13일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분신한 이후로도 노동의 현실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봤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2016년 촛불혁명 당시 ‘토요일 집회’는 대통령을 바꿨지만 청년들이 살고 노동하는 ‘월요일’은 바꾸지 못했다”면서 “촛불혁명 이후 청년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조직 확대, 계급 격차 해소, 성인권 감수성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신 팀장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 노동자의 노동·안전 문제의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법 개정도 추진해가겠다고 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청년 노동자의 배달 실태를 진단했다. 그는 “오늘날 (정부와 기업은) 근로기준법에 속박돼 있던 노동자들을 법으로부터 떼어내 플랫폼 노동자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근로기준법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았던 전태일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는 징조”라고 했다. 그는 “청년들은 플랫폼기업을 자처하는 ‘타다’를 혁신으로 여기고 노동자의 근로조건에는 무심하다”며 “청년이 노동친화적이고 진보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도 했다. 노동의 주체인 청년이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청년’은 촛불집회 3주년의 핵심 주제이기도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같은날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촛불 이후의 민주주의, 청년들과 이야기하다’ 토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공정성, 불평등, 젠더, 노동을 화두로 이야기했다. 이 토론회에서도 “청년들을 둘러싼 삶의 조건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주윤정 선임연구원과 류연미 박사는 비정규직의 불안정한 노동조건, 주거 빈곤, 사회적 안전망 부재, 성별 임금격차 등이 청년들의 삶을 위협한다고 했다. 이들은 “청년들은 2016년 촛불집회를 경험하며 일상 속 부당한 폭력과 위계에 저항하는 법을 배웠다”면서도 “청년에게 촛불은 아직 혁명이 아니다. 출발점일 뿐이다”라고 했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은 집회 이후 청년 담론에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장 위원은 “(2016년) 촛불 광장이 거대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화 세대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가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라면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공정성’이라는 한 단어만을 맴돌았다”고 했다. 세습자본주의에 대한 청년 세대의 비판 담론이 경쟁을 통한 서열화를 인정하고, ‘페어플레이’만을 강조하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장 위원은 보편적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생태주의, 여성·인권운동과 연결되는 페미니즘을 청년 세대가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전태일 노동학술 토론회 '나와 같은 전태일, 나와 다른 전태일'에서 참가자들이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난초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정책팀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임종린 화성노조파리바게트지회장. 조문희 기자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 제1회 전태일 노동학술 토론회 '나와 같은 전태일, 나와 다른 전태일'에서 참가자들이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난초 특성화고졸업생노조 정책팀장,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임종린 화성노조파리바게트지회장. 조문희 기자

 가족구성권을 연구하는 김소형씨는 2016년 촛불집회를 청년 여성의 관점에서 기록했다. 집회에선 박 전 대통령, 최순실씨 등을 두고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강남 아줌마” “병신년’ 같은 말이 나왔다. DJ DOC의 노래 ‘수취인분명’ 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미스 박’이라고 지칭해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켰다. 여러 여성들이 이 문제를 지적했다. ‘내가 시위에 가지 않은 이유’란 대자보도 나왔다. 김씨는 “2016년 (‘민주주의와 여성혐오는 함께 갈 수 없다’며 개최한 페미니스트들의 평등집회) ‘페미존’도 기억해달라”고 했다. 김씨는 “청년 하면 다들 남성 얼굴을 떠올린다. 여성도 청년이란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며 감정노동·성희롱에 취약한 청년 여성 노동자의 현실도 대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민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활동가는 “(조국 사태 때) 대학생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기성세대의 진영논리’였다”면서 “정치가 얼마나 청년들의 현실과 요구에 귀를 기울였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학 내 많은 문제들이 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 속에서 발생했다”면서 “대학생에게는 자신의 요구를 실현할 실질적인 권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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