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앓았다며 보험 가입 거절한 우체국, 인권위 진정당했다

2021.08.08 14:40 입력 2021.08.08 16:52 수정

차별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차별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강민경씨(40)는 지난 5월 보험사의 가입 권유를 받고 중학생 딸 앞으로 혈관성 질환에 대비한 보험 청약을 신청했다. 강씨 딸은 백혈병 완치 판정을 받은 암 경험자다. 당초 병이 완치됐으니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고 했던 보험사 상담 직원은 이틀 뒤 말을 바꿔 청약 거절을 통보했다. 강씨는 “보험을 넣고 거절당하는 과정에서 아이와 가족 모두 상처를 입었다”며 “암 완치자에 대한 명확한 보험 가입 기준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백혈병 진단 이력을 이유로 교통사고 보험 청약을 거절한 우정사업본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당했다. 인권위는 우정사업본부가 보험 청약 과정에서 병력에 따른 인권 차별을 했다는 진정을 지난 5일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8일 밝혔다.

장연우씨(49)의 딸 A씨는 2014년 1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병원 치료를 통해 완치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대학교에 입학했다. A씨가 장거리 통학을 시작하자 장씨는 지난 4월 딸 명의로 ‘우체국안전벨트보험’에 가입을 신청했다. 우체국안전벨트보험은 교통재해로 인한 사망·장애·부상에 대비한 교통사고 종합 보험이다. 하지만 열흘 뒤 우정사업본부는 A씨의 ‘백혈병 진단 이력’을 문제 삼아 청약 거절을 통보했다. 장씨는 ‘백혈병은 이미 완치됐고 신청한 보험은 교통재해에 대한 보험이니 정상인수를 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보험 약관과 규정을 공개할 것도 요청했다.

이후 우정사업본부는 “‘피보험자가 계약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승낙을 거절할 수 있다’는 보험 약관 21조에 따라 승인을 거절했다”며 “향후 ‘완치 소견서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하면 보험 가입 여부에 대한 재검토가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보내왔다. 결국 장씨는 질병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당했다며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씨는 “어떤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했는지 근거 자료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끝내 제시하지 않았다”며 “다른 소아암 완치자들이 우리 아이와 똑같은 차별을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진정을 넣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청약 거절 과정에서 민원인과의 소통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보험 인수기준과 규정에 따라 처리한 사안”이라고 했다.

질병·장애 등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사례는 올해 17건(8월 기준)에 달한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교수는 “암 완치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암이라는 질병에 대한 편견에 따라 보험 가입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된다”며 “암 경험자에 대한 건강관리, 의학적 부담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보험 가입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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