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불 재앙, 남의 나라 일 아니다

2021.08.15 20:53 입력 2021.08.15 20:58 수정

북반구·여름철·폭염 ‘공통점’

국내 여름 산불 최근 증가세

2018년 6~8월엔 무려 106건

덜 더웠던 2019·2020년엔 ↓

그리스·터키·알제리·미국 등 지구촌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모두 여름철 폭염 속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름 산불은 ‘남의 일’일까. 국내 산불 전문가들은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여름 산불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거의 제로(0)였던 8월 산불이 최근 국내에서도 발생하면서 여름 산불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이어진 대형 산불은 대부분 북반구에서 여름철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터키에서는 지난달 남부 안탈리아주에서 일어난 산불로 10만㏊ 이상의 숲이 불에 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스에서도 2주일 사이에 발생한 산불로 10만㏊ 삼림과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한 이유는 40도가 넘는 높은 기온과 강한 바람, 낮은 습도로 분석된다.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이 잦아지면서 여름철 산불이 앞으로는 ‘일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변화 상황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담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최근 보고서는 현재의 폭염 수준이 과거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는 4배가량 심해진 것이지만, 1.5도 온난화 시에는 8배 이상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유럽이나 미국 등 남의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산불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에서도 여름 산불이 잦아지고 대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불과 10~2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8월 산불’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한반도의 여름은 비가 잦고 습도가 높은 데다 나무와 풀 등이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8월에는 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폭염과 여름 가뭄이 잦아지면서 8월 산불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최악의 폭염을 기록한 2018년 여름 산불이 대표적 사례다. 그해 8월에만 무려 46건이나 산불이 발생했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장은 “2018년의 경우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8월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했다”며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8월 산불이 사실상 제로(0)였던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2018년 이후 집계한 여름철(6~8월) 산불 건수는 폭염과 가뭄이 겹친 2018년이 106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2019년과 2020년의 경우 폭염이 2018년에 비해 덜해 여름철 산불은 각각 34건과 39건 발생했다.

짧은 장마에 폭염이 이어진 올해도 여름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8월 들어 인천 옹진군 문갑도(1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13일), 강원 춘천시 사북면(10일), 충남 보령시 외연도(10일), 대전 동구 오동(9일) 등에서 잇따라 산불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3일 옹진군 덕적도에서 발생한 산불은 헬기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지만, 불을 모두 끄는 데 5시간 이상이 걸렸다. 이 불로 0.3㏊ 산림이 소실됐다. 올 들어 13일까지 발생한 여름철 산불은 13건에 이른다.

국립산림과학연구원은 한국에서도 기후변화로 여름철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산불 규모도 커질 우려가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자연발화에 의한 산불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