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서 언급된 '김용균들'…어머니 김미숙 "거대 양당 모두 발뺌…윤석열 발언에는 화가 치밀어"

2022.03.03 17:16 입력 2022.03.03 17:31 수정

지난해 12월7일 오후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3주기 추모제 시작 전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씨가 아들의 동상을 안아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12월7일 오후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 3주기 추모제 시작 전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씨가 아들의 동상을 안아보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작년에 산재로 몇 명이 죽었는지 아십니까?”(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숫자는 정확히… 저 몇 백명….”(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발전소 생명안전 업무 노동자 정규직화) 법 안 만들고 뭐하셨습니까?”(심 후보), “민간에 강요할 수 없고 국민의힘이 동의해야 되는 것이지, 지금 민주당 보고 강행 처리하라는 취지이십니까?”(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난 2일 열린 20대 대통령선거 마지막 TV토론에 고 김용균씨가 소환됐다. 김씨는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고인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TV토론이 열리는 KBS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 확대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함께한 뒤 토론을 지켜봤다. “자기네들이 할 의지가 없다는 걸 이야기한 거잖아요.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다 약간 발뺌하는 모양새였어요.” 김 이사장은 토론을 지켜본 뒤 기자와 통화하면서 여러 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김 이사장은 이 후보와 여권에 대해서는 “고용 불안에 떠는 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그들이 할 일인데, 이걸 내빼는 건 (차기) 대통령으로서 직무유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토론에서 ‘생명·안전 업무 정규직 직고용’ 등 민주당의 공약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사회적 합의인데 못 지키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했고, “(법안을) 강행처리하라는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 국무총리 훈령으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발족했고, ‘운전 및 정비 노동자의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첫 권고안으로 나왔다. 하지만 3년 넘도록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노동계는 비판한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2월10일 오후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기자회견을 하던 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진 2월10일 오후 대전지법 서산지원 앞에서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기자회견을 하던 중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뉴스

김 이사장은 특히 노동 문제에 대한 윤 후보의 발언을 “듣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국민의 72%가 찬성한 법인데 국민에 반하는 발언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자들이 열악하게 일하고 말도 안 되게 죽음을 당하고 있다는 걸 잘 모르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윤 후보는 토론에서 “중대재해법의 구성요건이 약간 애매하게 돼 있다. 형사 기소를 했을 때 여러 법적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이 유예·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가슴으로 와닿는데 현실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김용균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으로서 서산지청에 지휘해서 13명이 기소되게 수사를 철저하게 시키고 처리했다”고 했다. 노동 문제에 대한 인식이 검사 시절 갖고 있던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촌평이 나왔다. 김 이사장은 “노동에 대한 윤 후보의 생각은 아직까지 기업 편에 서 있다”고 했다.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 최고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중대재해법은 2020년 9월 김 이사장이 올린 법 제정 국민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법 제정 전까지 기업들은 노동자가 산재로 숨져도 100만~1500만원 수준의 벌금을 내는 데 그쳤고, 상부 책임자들은 처벌을 피했다. 사고 이후 3년2개월 만인 지난달 10일 나온 김용균씨 산재 사건 1심 판결에서도 벌금형을 제외하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원·하청업체 책임자는 없었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가 일한 현장과 수많은 죽음을 볼 때마다 ‘기업들과 이 나라가 안전을 방치했구나’ 생각한다”며 “노동자가 안전해야 한다고는 이야기하지만, 어떻게 안전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빠져 있다”고 했다. 그는 “여태까지 (정치권이나 정부는) 기업에 ‘알아서 노동 안전 지키라’고 했는데 그게 안 됐잖나”라며 “그럼에도 (유력 대선 후보들은) 또 그렇게 하겠다는 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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