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외국인 ‘현장급습’ 단속 못한다

2022.08.04 21:31

법무부, ‘동의 절차’ 마련

관계자 동의 후 조사 가능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은 2019년 4월 충남의 한 주택에서 태국인들을 불법 고용해 무허가 문신시술소를 운영한다는 첩보를 듣고 가택조사를 실시했다. 단속반은 태국인 거주자가 ‘신분증이 집 안에 있다’고 하자 집으로 들어가 수색을 벌였고, 집주인의 ‘나가달라’는 요구를 무시했다. 집주인은 이후 “주거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지난해 8월 법무부에 “출입국관리소가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했다”며 “영업장이나 가택을 조사할 때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동의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법무부는 단속반이 미등록 외국인을 단속할 때 ‘주거권자’나 ‘관계자’에게 동의를 받도록 훈령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을 개정해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법무부는 준칙 제10조(외국인 등 방문조사) 제2항을 기존 “(단속반장이)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조사목적 등을 알려야 한다”에서 “소속과 성명, 조사목적 등을 밝히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로 개정했다. 단속반은 활동보고서에 동의 절차를 포함해 적법절차를 준수했는지도 기재해야 한다.

법무부가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동의 절차’를 내규에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출입국관리소가 현장을 급습해 ‘토끼몰이식 단속’을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이와 관련한 인권위의 권고는 부분적으로만 수용돼왔다.

다만 법무부는 단속반이 동의 여부를 확인할 대상을 인권위가 권고한 ‘관리자’가 아닌 ‘관계자’로 규정했다. 단속반이 현장의 실질적인 주거권자나 관리자가 아닌 사람(관계자)에게 동의를 구해 단속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법령을 정비한다면 오해의 여지 없이 명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관계자’는 추상적 표현”이라며 “단속의 편의를 위해 동의 여부 확인 대상의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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