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카톡카톡' 방해돼" "학생만 폰 압수 불합리"

2022.10.16 08:05

학교는 올해도 스마트폰과 전쟁 중…교육부 기준 없어 교사·학생 실랑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주간경향] “모든 학생에게 모든 시간에 휴대전화를 규제한다는 건 학생이 아니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죠. 직장인이 업무시간에 휴대전화를 보면서 ‘딴짓’한다고 해서 업무효율이 떨어지니 휴대전화 압수한다고 하지 않잖아요. 영화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타인의 시청을 방해하니 휴대전화를 압수한다고 하면 누가 동의할까요?”(박지연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수업시간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있어도 학생이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선생님이 (사용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뺏다가 신체접촉이라도 하면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업 중에 벨이 울리고 ‘카톡카톡’ 알림이 울리는데 제지를 안 하면 다른 학생과 학부모들이 수업권이 침해됐다고 문제 제기를 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책임은 학교 현장이 모두 감당해야 합니다.”(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

학교는 올해도 휴대전화와 전쟁 중이다. 벌써 20년이 넘은 장기전이다. 양상은 2010년대 스마트폰 보급 이후 크게 달라졌다. 전화통화를 목적으로 한 휴대용 전자기기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위상이 변화했다. 아동·청소년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한국미디어패널조사를 보면, 1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95.9%로 60대(94.1%)보다 높게 나타났다.

스마트폰 보급은 학교에 변화를 가져왔다. 순기능도 적지 않았다. 학급별 단톡방을 통해 공지사항을 빠르게 전파할 수 있고, 단톡방 투표 기능으로 간단한 의견수렴 절차는 신속히 진행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이 불가피했을 때는 스마트폰이 수업을 위한 필수재로 기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는 학생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다. 주된 이유는 수업 방해다. 때때로 울리는 휴대전화로 인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 방해를 받을 뿐 아니라 교사의 교육권도 침해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총이 2009년부터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차례 설문조사에서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으로 수업이 방해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매번 60%를 넘겼다. 2017년 조사에서는 교원의 96.9%가 ‘학교 내 자유로운 휴대전화 사용 허용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어떻게 사용을 제한할지를 두고 대부분의 학교는 비교적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등교 시 휴대전화를 수거했다가 하교 때 돌려줘 교내 사용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2020년 서울시교육청과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서울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중학생의 75.9%, 고등학생의 47.2%는 ‘등교 시 휴대전화를 일괄수거한다’고 답했다.

시정 권고에도 논쟁은 2라운드로

제동을 건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다. 2007년부터 인권위는 “교내 휴대전화 전면 사용 금지가 학생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학교 휴대전화 사용 관련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례가 쌓이면서 원칙은 보다 분명해지고 있다. 수업시간 중 사용 제한은 그 정당성이 인정되나 그 이외의 시간까지 사용을 제한하는 건 과도하다, 학생·교직원·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 생활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권위 권고는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지 못했다. 학교 휴대전화 진정사건과 관련해 인권위가 시정을 권고한 건수만 봐도 그렇다. 2019년 12건에서 2020년 18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40건에 달했다. 인권위가 10여년 전부터 이 사안과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음을 고려하면 논란이 잦아들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확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등교 후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던 학교들도 코로나19 기간에는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휴대전화를 학생들이 자율 관리토록 했다. 감염병 확산이 한풀 꺾이면서 일부 학교들이 휴대전화 일괄수거를 재개하자 학생들의 관련 진정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상당수 교직원들은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완화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 지난 5년간 인권위의 시정 권고를 받고도 수용하지 않은 학교가 20%에 달했다. 권고 수용 여부를 검토 중인 학교가 30% 이상인 만큼 불수용 비율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교총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학교가 수행 중인 ‘스마트폰과의 전쟁’의 일단이 드러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휴대전화가 울려서 수업이 방해받거나 분위기를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빈도는 하루에 한 번 이상”이라고 했다. 다른 교사는 “요즘은 수업 중 많은 학생이 책상 밑에 양손을 내리고 문자를 주고받아 수업에 방해를 줄 뿐만 아니라 교사로서 적발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수업 중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제한하고 지도할지도 난제다. 일단 스마트폰을 사용했다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수업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선생님과 “시계만 봤다”, “전원은 꺼뒀다”고 항변하는 학생의 실랑이가 교실 곳곳에서 벌어진다고 한다. 교실에서 휴대전화 알림음이 울렸을 때 해당 스마트폰의 주인을 찾는 과정도 만만치가 않다. 수업시간만 낭비하고 끝내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원들의 상당수는 스마트폰 사용 제지에 대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기준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권고만 있을 뿐,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방법론을 만드는 과제는 학교 현장에 맡겨져 있다는 얘기다. 제지하려는 교사와 저항하는 학생 사이에서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하기도 한다. 한국교총에는 교사가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하며 압수하려 하자 학생이 게시판을 주먹으로 치거나, 욕설을 한 사례가 접수됐다. 반대로 교사가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지난 8월 26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는 한 중학생이 수업시간 중 교단에 누운 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올라왔다. 교실 내에 있던 다른 학생이 수업 중 스마트폰을 사용해 이 모습을 촬영했다. 칠판을 사용해 수업 중이던 교사는 이들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남지부는 “교사의 교육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충남도교육청의 진상조사와 엄정 조치를 요구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앞두고 감독관이 휴대전화 등 반입 금지 품목을 수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앞두고 감독관이 휴대전화 등 반입 금지 품목을 수거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소지·사용 금지는 과도

학생들과 시민단체는 학생의 스마트폰 소지를 금지한다고 해서 현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미 상당수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스마트폰 공기계를 제출하고 실사용 스마트폰은 소지하는 방식으로 일괄수거를 피해가고 있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일부 학교는 공기계 제출을 막겠다고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선생님들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보기도 한다. 교육기관 안에서 끝없이 상호불신이 이어진다.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라면 그 시간에 교실 등 공공장소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예절이나 에티켓을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학교가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기에 전면 사용 금지 등의 조치를 내린다는 지적도 있다. 휴대전화 사용을 일부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괄수거는 과도하다는 취지다. 이는 인권위의 그간 결정과 궤를 같이한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한 대안학교 재학생이 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인권침해 진정 사건에서 “휴대전화 소지·사용 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도 희망자에 한해 수거하거나 수업시간 중에만 사용을 제한하는 등 학생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음에도 학생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사용을 전면적으로 제한한 것은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소년인권단체인 아수나로의 활동가 ‘일움’은 “거의 모든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담겨 있는 굉장히 중요한 물건인데 누군가 강제로 압수할 수 있고,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는 건 학생의 행동자율권 침해로 볼 수 있다”며 “여교사 불법촬영 등 일부 심각한 문제들은 일상적인 젠더 위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식해야지 교내 휴대전화 사용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대에는 그런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자체 규정 만드는 학교들

선진국 중 일부는 스마트폰의 학내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프랑스는 2018년부터 3~15세 학생의 스마트폰 사용 전면금지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 중이다. 영국은 2013년부터 일부 학교가 전면금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도 일부 주는 교내 사용 전면 금지를 채택했다. 다만 일본은 2009년 반입을 금지했다가 2020년부터 일부 제한으로 규정을 변경했다.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해 한국만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윤경 회장은 “토론식 수업을 하는 유럽과는 수업의 형태부터 교실의 문화 등이 상이하다.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지 여부만을 두고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며 “스마트기기의 등장으로 아이들의 생활환경 자체가 달라졌는데 예전의 기준만 가지고 얘기해서는 뒤로 가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자체적으로 휴대전화 사용 규정을 만든 학교들도 있다. 이들 모델은 완벽한 답은 되지 못하더라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경기 시흥시의 신천고등학교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던 신천고는 2021년 2월 휴대전화 사용 전면 제한을 중단하고 규정을 개정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받았다. 신천고는 권고를 받아들여 학생·교사·학부모가 참여하는 생활규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학생이 자율적으로 휴대전화를 관리한다’는 기본 원칙을 토대로 한 달가량 각 주체가 3차례에 걸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신천고는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 제한을 위해 세부적인 사항부터 정의했다. 예컨대 수업시간은 수업 타종을 기준으로 시작종이 울린 후부터 끝종이 치기 전까지의 시간으로 규정했다. 또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를 목격하거나 학생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진동 또는 알림음이 울린 경우를 ‘휴대전화 사용’에 해당한다고 정의했다. 이어 학년별 누적 위반 횟수를 계산해 해당 학년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일정기간 일괄 수거하기로 했다. 연대책임을 부과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수업 중 누구의 휴대전화가 울렸는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고육책이었다는 게 신천고 측의 설명이다. 이 안은 구성원 74.8%의 지지를 얻어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됐다.

신천고 학생부장으로 규정 개정 과정을 주관한 이성균 교사는 “강압적으로 일괄 규제할 수 없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대부분의 구성원이 동의했다. 시행 초기에는 학년별 위반 건수가 기준을 초과해 수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잘 정착해 수거하는 일이 없다. 학생들이 참여해 스스로 만든 규칙에 의해 적절하게 제재받고 자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보다 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들 입장에서도 휴대전화를 썼네, 안 썼네 하면서 학생들과 실랑이하는 일들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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