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대세···관건은 속도와 보완책

2023.02.07 17:02 입력 2023.02.07 17:07 수정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만 65세’로 통용되는 노인 기준 연령을 높이는 방안을 두고 찬반 논의가 뜨겁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연령 기준으로 시작된 논의가 국민연금 등 사회 정책 전반으로 퍼져갈 기세다.

먼저 고령화 추세에 맞춰 국민연금 가입 상한·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방안과 정년 연장 이야기가 나온다. 한편에서는 높은 노인빈곤율 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연령 기준 상향을 주장하는 측은 “건강수준이 높아지고 평균수명도 늘어나면서 과거의 잣대로 노인을 구분하는 것이 실효적이지 않다”는 논지를 편다. 또 노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복지 혜택과 부양 의무가 과도하게 커지면 젊은 층이 짊어지는 부담 역시 커지는 재정적인 문제도 거론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령자고용법에서 명시한 정년 60세를 채우기도 전에 ‘주된 일자리’에서 쫓겨난 뒤 안정성과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전전하다 70대에야 실질적인 은퇴를 맞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노년 세대의 신체적인 면이나 현실적 여건을 참작해 노인 기준 연령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신체적인 기능으로 보면 옛날 60대랑 지금 60대가 다르고 지적 능력도 수준이 훨씬 올라갔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건강 상태가 나아진 현재로선 현실적으로 노인 연령 기준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노인 복지정책을 보완해 노년 세대와 부양 의무를 진 세대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또 기준을 단계적으로 올려 빈곤 노인들이 받을 영향을 최소화하는 등 ‘완충 장치’가 필요하다

정재훈 교수는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더라도 정년 연장이나 연금 수급연령·대상 조정 등 복지 공백을 정책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을 병행하면 사실상 정착하기까지의 기간이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도 기초연금은 같은 노년 세대 안에서도 소득수준별로 수급 여부가 갈리는데, 지금 논란이 되는 지하철 무임승차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고소득 노인은 요금을 내게 하는 등의 해법이 있을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정순둘 교수는 “은퇴가 빠른 데 비해 대비는 부족해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한데, 연령 기준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회구조가 버텨낼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며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 인력을 활용해야 하니 일할 수 있는 한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급격한 기준 연령 상향은 부작용이 클 것으로 봤다. 그는 “국민연금만 해도 일찍 은퇴한 탓에 지급액수 감소를 감수하고라도 가능한 빨리 수급하려는 이들이 적지 않고, 그간 내온 액수에 따라서도 지급액에 차이가 있는데 이런 격차를 무시하면 상당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지금 복지 상황이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같이 생각해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 정도가 선택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단체는 연령 상향을 ‘지원 축소’로 여겨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다만 현행 노인 복지정책의 대상이 연령 상향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는다면 관련 논의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태도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노인 연령 기준까지 올리자는 건 노인들이 처한 여건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세계적으로도 대부분 노인 기준을 65세로 하고 있다”며 “은퇴 정년을 높이고 노인을 위한 정책을 향후 공백 없이 유지한다면 모를까, 지금의 한국경제를 일군 세대에 대한 지원을 더 축소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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