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사권 이어 수사도 장악…도 넘은 ‘검찰 전성시대’

2023.02.24 21:12 입력 2023.02.24 22:21 수정

정순신 국수본부장 임명 논란

서먹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왼쪽)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의 인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먹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왼쪽)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문화마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의 인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함께 검사 생활
“사실상 검경 동일체” 비판

금감원장·국정원 등에 이어
검찰 출신들 잇따라 요직 장악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정순신 변호사(57)가 24일 임명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런저런 연이 있는 검사 출신을 사정·감독 기관의 요직에 발탁하는 현 정부의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사 전성시대’가 도를 넘었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 신임 본부장은 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시절 당시 지검장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했고, 대검찰청 부대변인일 때는 윤 대통령이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이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법연수원 동기(27기)이기도 하다.

현재 경찰은 ‘대통령실 이전 천공 개입 의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명예훼손 사건’ ‘청담동 심야 술자리 의혹’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통계청 통계조작 의혹’ 등 전 정권을 겨냥한 사건도 수사하고 있다. 국수본이 이런 수사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 인사권을 장악한 터다. 그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정 신임 본부장을 임명해 경찰의 수사까지 틀어쥔 모양새가 됐다. 공정한 수사로 신뢰를 받으려면 ‘실질의 공정성’뿐만 아니라 ‘외관의 공정성’도 갖춰야 하는데, 정 본부장은 이 대목에서부터 결격 사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신임 본부장을 임명한 것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게 됐다. 대신 국수본에 개별 사건 수사 지휘권, 1차 수사 종결권 등을 부여했다. 그런데 수사 지휘권과 1차 수사 종결권이 있는 국수본 수장의 자리에 검사 출신이 온 것이다.

경찰 경험이 전혀 없는 정 본부장이 원활하게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을 포함해 3만명이 넘는 수사 경찰을 지휘하는 자리이다. 이미 일선 경찰들은 “정권 코드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 신임 본부장을 염두에 두고 국수본부장 공모 절차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정순신 국수본부장’ 설이 지난해 중반쯤부터 나돌았다. 경찰에서도 ‘차기 국수본부장은 검찰 출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더구나 국수본부장 물망에 올랐던 경찰 내부 인사들은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고, 지원한 이들은 직급이나 중량감이 떨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정 본부장 임명은 검사 출신 발탁 인사의 연장선에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뿐 아니라 ‘윤석열 사단’ 막내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검찰 출신이다. 용산 대통령실에는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포진해 있다.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김남우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이완규 법제처장도 검찰 출신이다.

장유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은 “검사 동일체가 아니라 검경 동일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가 첨예한 상황에서 경찰에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이 엿보인다”고 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찰의 핸디캡이었던 수사 전문성이 보완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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