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책 보니 편하겠다고요? 이런 ‘사서 고생’ 또 없습니다”

2023.05.10 16:05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 업무 ‘부쩍’

인력은 늘 정원미달…“운영 시간도 안 줄어”

육체·감정노동도 심각…수당은 ‘40년’ 동결

“적정 인력 보장하고 현실적 보상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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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로 오래 일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편하시겠네요’ ‘책 많이 보시겠어요’ 입니다. 고정관념과 달리 사서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녹록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육체노동자, 문화행사 기획자, 신간과 작가를 공부하는 전문가, 매일 수백 명을 상대하며 민원을 감당하는 감정노동자입니다.”(우현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국·공립 도서관 사서 노동자들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디지털 업무가 부쩍 늘어난 반면 인력과 처우는 개선되지 않아 업무 부담이 심각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서 수당은 1982년부터 40년 넘게 ‘2만원(6급 이하)’으로 동결이다.

전국 4개 공무원노조(국가공무원노조, 전국시군구공무원노조연맹,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국가공무원노조 문화체육관광부지부)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은 10일 오후 서울 국회박물관에서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사서직 직무변화 현황조사 및 정책지원방안 연구 토론회’를 열었다.

10일 오후 서울 국회박물관에서 전국 4개 공무원노조(국가공무원노조, 전국시군구공무원노조연맹,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국가공무원노조 문화체육관광부지부)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주최로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사서직 직무변화 현황조사 및 정책지원방안 연구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조해람 기자

10일 오후 서울 국회박물관에서 전국 4개 공무원노조(국가공무원노조, 전국시군구공무원노조연맹,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 국가공무원노조 문화체육관광부지부)와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주최로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사서직 직무변화 현황조사 및 정책지원방안 연구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조해람 기자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가 제한되면서 국·공립도서관은 비대면 문화프로그램, 비대면 열람·대출, 디지털화 사업 등을 새로 만들었다. 윤자호 일하는시민연구소 연구위원이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시기 이후 새로 제공된 서비스 중 79.7%가 신규 사업이고, 이 중 60.6%가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다. 팬데믹 장기화로 대출자와 상호대차(도서관끼리 보유한 도서·자료를 주고받는 것)도 늘었다.

늘어난 업무만큼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서 사서들의 노동 강도는 올라갔다. 학교도서관 정원기준은 2018년부터 ‘학교당 사서교사 1명’으로 상향됐는데, 2021년에도 학교도서관 1관당 사서교사는 0.21명이다.

윤 연구위원이 이날 공개한 2022년 7월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공립도서관 사서 561명 중 66.1%가 ‘지난 1년 업무 강도와 양이 늘었다’고 답했다. 주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증가(38.5%) ‘인력 부족(30.2%)’ ‘관리자 지시 증가(9.7%)’ 등으로 나타났다. 근무조건 변화를 보면 응답자 29.9%가 ‘함께 일하는 근무자가 줄었다’고 답했다. 반면 ‘이용자 수가 늘었다’는 응답은 30.1%, ‘근무시간이 늘었다’는 응답은 33.9%를 기록했다.

10일 오후 서울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사서직 직무변화 현황조사 및 정책지원방안 연구 토론회’ 참석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10일 오후 서울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로 인한 사서직 직무변화 현황조사 및 정책지원방안 연구 토론회’ 참석자들이 피케팅을 하고 있다. 조해람 기자

‘앉아서 편히 일한다’는 통념과 달리 사서들은 육체·감정노동에 시달렸다. ‘무거운 물건을 끌거나 밀거나 옮긴다’는 응답은 53.7%로 전체 노동자 평균인 31.9%보다 높았다. ‘화가 난 이용자들을 직접 상대한다’도 43.7%로 평균(14.9%)을 뛰어넘었다. 43.7%는 폭언·폭행·성희롱·직장갑질로 ‘번아웃’을 경험했다. 사서들은 고정적으로 휴일에 근무하지만 공무원 수당 규정 때문에 휴일근무가 4시간만 인정되고, 대체휴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윤 연구위원은 “도서관법 시행령에서 정한 사서 배치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이 배치기준이 적절한지 재논의도 필요하다”며 “감정노동 예방과 보호 대책이 적극적으로 강구돼야 하고, 현실적인 보상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서비스를 확대만 해왔고 축소는 없었다”며 “일이 늘어나면 운영 시간을 줄이든지 인력을 확대해야 하는데, 둘 다 이뤄지지 않아서 사서들이 오버타임으로 메우고 있다”고 했다.

김혜련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정책기획단 사무관은 “도서관들이 인력 관련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사서 수당과 수당 현실화를 위해 관련 부처와 협의할 때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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